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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May 05. 2021

크립토 둠스데이

가상화폐의 폭락장을 바라보는 여러시선

이럴 줄 알았다

4월 14일 부터 음험한 기운이 일었다. 불같이 일던 비트코인의 캔들차트, 캔들의 촛불이 푸른 빛을 비추더니 멈추지 않는 낙하를 시작했다. 9일간 32%의 가치가 날아갔는데 그중 절반인 16%가 23일 하루 수직낙하 해버렸다.  

심폐소생중인 비트코인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뉴스경제면은 온통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폭락을 알리는 뉴스들로 도배되었다.  언듯보아서는 투자자를 염려하는 걱정의 내용인지,  오랜기간 염원해왔던 일이 일어나 흥분하는 내용인지 알 수 없다.  그도 그럴것이 평소에는 뉴스거리로도 취급받지 못하던 비트코인이 가격이 떨어졌다하면 이때다하고 모아두었던 기사거리를 포털에 들이 붓는 양상이다.     

내용도 아주 선정적이다. '20-30세대들이 영끌하여 투자한다.' '위험하다고 그렇게 주의했는데도 투자할때 알아봤다.' '누구 아무게는 묻지마 투자로 몇천을 잃었다더라.' '젊은이 한명은 자살했다더라'  등등등


기자들은 온통 코인 폭락만을 기다리는 듯한데 폭락없었다면 아껴둔 기사를 내지 못해 어쩔뻔했나 모르겠다. 물론 내가 크립토를 들고 있는 처지라 뉴스들이 삐딱하게 보인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손잡고 강에 뛰어들자

친구와 '톡' 하는 와중에 코인폭락이야기가 나왔고 "너 코인정모 아냐?"며 재밌는 사진을 캡쳐해주었다.

 사진에는 각각 대교별 코인이 배정되어 있었다.

정모를 다리에서 하는건 뛰어내리자는 거지


이미지 파일을 보고 놀랐다. 친구는 코인을 모른다. 내가 크립토(cryptocurrency, 암호화폐)를 시작하기전부터 둘이서 비트코인 하다가 패가망신한다는 공포심을 나누었던 터라  그 친구가 코인을 얼마나 모르는지 잘 알고 있다.  


이후로 난 전향하여 비트코인에 발가락 좀 담그게 되었고 툭치면 이더리움(ETH), 에이다(ADA). 체인링크(LINK), 쎄타토큰(THETA), 엔진(ENJ), 넴(XEM), 비체인(VET) ... 줄줄 읊어대게 되었다.


헌데  저 한강 정모는 금시초문이었다.  

뜬금 없는 코인과 대교의 매칭리스트가 뭔지 모르겠지만 코인을 일도 모르는 친구가 보낸것에  놀라워 답 대신 "너 NEM, Cardano, XRP가 뭔진 아니?'라고 되물었다.


"나야 모르지 ㅋㅋㅋ, 근데 코인종류가 중요한게 아냐"

친구 말인즉슨 이번 폭락장때문에 코인별로 투자자한 이들끼리 한강 다리에 모여 투신하게 생겼다는 의미라고 했다.  반전결말에 물 마시다 코로 뿜어버렸고 웃겨서 자지러졌다.

물론 절반은 웃기고 절반은 한강으로 향했던 내 마음과 같아 뭔가 쨍한 울림이 있었다.  주식이든 펀드든 금이든 은이든 그 어떤 금융상품도 가격이 떨어지면 기분도 같은 가라앉는데 그 어떤 금융상품도 코인 만큼 급속도로 기분을 붕뛰웠다가 바닥으로 패대기치진 못한다. (물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크립토는 금융상품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그 절절한 감정이 녹여낸 한강정모그림에 해학미와 고차원적 유머를 느낄 수 있었다.  



크립토는 정말 0이 될까

전통적 금융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일언지하에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다고 한다.  지고 지순한 주식파 워렌버핏(90세)과 역시 비트코인은 투자가치가 없다고 하였고 그의 오랜 파트너  찰리 멍거(97세)는  비트코인의 성공을 혐오한다고 까지 표현했다.


어느순간 가상화폐에 대한 본질적 의미에 대한 평가 보다는 감정적 대응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내가 보기엔 비트코인의 가격에 대한 반응은 하락을 염려보다는 상승을 견딜수 없어 하는 모양세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비트코인에 처음 발을 들인건 올해 1월 이었다. 금융블로거의 글에서 현금가치하락의 헷지로 비트코인이 대안이 될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되었다. 일확천금을 노려서가 아니라 가치의 보전 측면에서 매일 만원정도 투자하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가격에 동요하지말고 그냥 보험넣듯이 돈 버렸다치고 그냥 뭍어두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1월 초 비트 코인이 한개에 4천만원이 되기 직전에  0.0025개를 십만원 가량 주고 샀다.  

여기서 포인트는 모두가 늦었다고 한 2021년에 처음 비트코인을 샀다는 것과 심지어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사기전 시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난 산지 일주일 만에 늘상있는 가격하락에 (2월이 되기전) 심장이 콩닥거리는 통에 결국 패닉셀링해버려 그냥 본전을 급하게 회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비트코인은 위험한거구나 가슴을 쓰러내렸는데 때마침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샀다는 뉴스는 2월 8일에 나왔다. 뉴스와 동시에 붉은 캔들차트가 실시간으로 솟아오르는 기적을 보고 드는 생각은 깊은 후회? 참을수 없는 배아픔? 뭐 그런 복잡 미표한 감정에 견딜 수가 없었다. 신기하게도 돈을 잃어서가 아니라 돈을 벌수 있었는데 못벌었다는 생각에 더 화가나고 울컥증이 올라왔다.


결론적으로 다시 비트코인을 다시 사게 된것은 (물론 소수점 한두 자리 수준)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콧대높은 자아를 때려눕이고 난 다음이다.

주식도 한적이 없어서 일반인이 금융거래할때 하는 실수를 많이 했다. 가격이 오르면 자꾸 충동적으로 사버리고 가격하락에 오히려 총알(여윳돈)이 없어 배아파지는 상황을 주기적으로 몇번 겪고 나서야 조금씩 감을 잡게 되었다.


뉴스에서 말하는 그런 영끌투자 묻지마 투자가 아니다. 적금 넣듯이 매일 소량씩 구매하되 가격이 급등할때는 사지 않고 모았다가 가격이 떨어질때 좀더 많이 사는 방식 (DCA, dollar cost averaging)을 썼다. (가장 많이 추천되는 크립토 투자법이다.)


빅 디스카운트    

뉴스들은 이번 32% 폭락장에서 비트코인은 이제 재생불가상태라며 깨춤을 추었다. 하지만 크립토 투자자들에게 이날은 둠스데이라기 보다는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세일장이었다.

그동안 많이 비싸진 비트코인을 30% 할인행사가로 구매할수 있었고 알트 코인들은 거의 반값에 매대에 올려졌다.  재미난건 에르메스, 루이비통이 30%세일하면 백화점을 한바퀴도는 줄을 서며 구매에 목을 매는데 금융상품은 30%세일하면 모두 집어 던지고 도망가기 바쁘다.  물론 세일만한다면 가격은 바닥을 칠것이고 가치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럼 여러번의 할인행사를 해온 비트코인의 현재 가치는 정말 바닥인가


마지막 추락세일(4월 23일)이후에 5600반원까지 떨어졌던 가격은 다시 상승세이고  6800~7000만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올 1월도 들어가기 너무 늦었다고 들 했지만  6개월 채 남짓한 사이에도 가치는 계속 우상향으로 올라가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엑스알피, 에이다 등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의 총시장가치(market cap)은 이미 2 조달라를 달성했고 규모로는 은(silver) 시장을 가볍게 제꼈다. 존재가 부정당하기에는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진상태.

가격이 일직선으로 유지되는 시장은 거의 없거나, 매력이 없는 시장이다. 크립토 시장의 변동성은 투자자가 신중을 기해야하는 주의요인인 동시에 성장 잠재력을 나타내는 에너지 파동이다.

 새로운 자산시장의 일원이자 박동하는 에너지를 지닌 디시털 자산가치가 금방 "제로"가 될거라고 주장한다면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 봐야한다. 정말 내재가치가 없어서 인지 아니면 내재가치가 있으면 내가 견딜수 없기 때문인지.


포털의 뉴스면은 오늘도 고요하다. 비트코인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뉴스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하락 뉴스만 부양시키고 가치상승에 대한 공유를 매우 아끼는 기사들 덕분에 단단하게 기반을 다지고 있는 디지털 자산은 아직도 오컬트 시장 혹은 도박장이라는 오해를 벗지 못하고 있다. 과거 초기 주식시장에서 보았던 모습과 유사하다.


자산 보존과 증식이 필요한 이들은 불필요한 두려움, 혐오감으로 투자기회를 잃는 동안 거대자본, 스마트 머니는 계속 이 신종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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