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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Nov 22. 2023

그림 찾기를 해볼까!  런던 (5)

테이트 모던

2023년 10월 18일


런던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런던 사람들의 표정 없는 얼굴 사이로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갑자기 햇살이 비추기도 한다.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내달린다. 그들의 바쁜 걸음으로 이 도시가 살아 숨 쉰다. 오늘 날씨가 그렇다. 비가 내린다고 했다. 거센 비 (Heavy Rain)가 내린다고 했지만 출근길 사람들은 우산을 꼭 쥐고 걷는다. 사람들 사이로 햇살이 비춘다.


Heavy Rain이 내리는 날은 미술관이 최고의 선택이다. 테이트 모던으로 출발했지만 나는 어제의 세인트 폴 성당으로 향한다. 세인트 폴 성당에서 밀레니엄 교(millennium Bridge)를 향해 걷는다. 어제 공사 중인 밀레니엄 교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다리를 건널 방법은 없다. 밀레니엄 교의 오른쪽 폴스 워크(Pual's Walk)를 걸으며 서더크 브리지(Southwark Bridge)를 향해 걷는다. 강을 따라 좁은 길이 있다. 강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보인다. 계단 아래는 모래가 강물과 마주하고 있다. 출근시간, 강가의 좁은 길은 한적하다. 운동복을 입은 여자가 빠른 속도로 뛰어 나를 지나간다. 햇살이 구름 사이를 비추고 있지만 강물은 어둡다. 15분쯤 걸어 서더크 브리지에 도착했다. 다리를 건넌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을 지난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인지 극장 앞에 줄을 서있다. 오늘의 공연은 맥베스'Macbeth'. 시끌벅적한 학생들을 뒤로하고 테이트모던의 99m 높은 굴뚝을 마주한다. 숙소에서 테이트 모던으로 바로 올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먼 길을 걸어 강 건너에서 테이트 모던을 마주하며 걸어왔다. 아끼는 마음으로 천천히 만나고 싶었다.


공사 중인 밀레니엄 교(millennium Bridge)
밀레니엄 교에서  서더크 브리지(Southwark Bridge)로 폴스 워크(Pual's Walk)를 걸으며 강을 건너 바라본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과 테이트 모던
서더크 브리지(Southwark Bridge)를 건너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Shakespeare's Globe Theatre)을 지나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테이트 모던으로 들어가자 아트샵을 지나 테이트 모던의 상징인 터빈 홀(Turbine Hall)이 옆구리로 보인다. 나는 멋지게 0층 터빈 홀의 입구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템즈강변의 입구는 1층이다. 그래도 터빈 홀의 전시를 보며 아이들이 전시관으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다. 방치되어 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테이트 모던의 거대한 입구와 그 입구로 자유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엘 아나추이 (El Anatui )의 붉은 달 뒤편 (Behind The Red Moon) 중에서 더 월드(The World)

미술관에서 하루를 보내려면 일단 체력을 갖추어야 한다. 테이트 모던의 10층에는 멋진 카페가 있다. 템즈 강과 공사 중인 밀레니엄교 건너편 세인트 폴 성당을 마주하며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먹는다.

테이트 모던 10층 카페에서 바라보는 세인트 폴 성당

테이트 모던은 발전소의 터빈이 위치해 있던 터빈 홀을 가운데 두고 양 옆에 두 개의 빌딩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설 전을 하는 나탈리 벨 빌딩(Natalie Bell Building) 4층부터 시작한다.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자 예술의 정의를 바꾼 작품인 마르셀 뒤샹의(Marcel Duchamp) 샘(Fountain)/ 팝 아트 대표작가 로이 리히텐스타인(Roy Lichtenstein)의 꽝!(Whaam!)/ 앤디 워홀(Andy Warhol)의 Christ $9.98 /설치미술, 칠도 메이어레스(Childo Meireles)의 바벨탑(Babel)/ 일본예술 모노하의 대표작가인 이우환, 스스무 코시미즈, 키시오 스가의 작품/ 미니멀리즘 작가인 칼 앙드레(Carl Andre)의 마지막 사다리(Last Ladder) 등 현대미술 주요 작품이 사조별 작가별로 전시되어 있다.

로이 리히텐스타인(Roy Lichtenstein)의 꽝!(Whaam!
마르셀 뒤샹의(Marcel Duchamp) 샘(Fountain) / 칠도 메이어레스(Childo Meireles)의 바벨탑(Babel)
스스무 코시미즈(Susumu Koshimizu) 표면부터 표면으로(From Surface to Surface)

4층을 둘러보고 2층으로 내려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달팽이(The Snail) 작품으로 시작한다. 테이트 모던에는 초현실주의 작품 공간이 있다. 한스 벨머(Hans Bellmer)의 핀-꼭대기(Peg-Top),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신문과 함께 있는 남자(Man with a Newspaper), 막스 에른스트(Max Ernst)의 도시 전체(The Entire City) 그리고 큐비즘의 작품세계로 들어선다.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의 만돌라(Mandora), 피카소의 작품들,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의 이파리와 껍데기(Leaves and Shell)/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의 다이내믹 절대주의(Dynamic Suprematism) 등의 작품을 본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달팽이(The Snail)
한스 벨머(Hans Bellmer)의 핀-꼭대기(Peg-Top)/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신문과 함께 있는 남자(Man with a Newspaper)
브라크 (Georges Braque) 의 만도라(Mandora)  /  레제 (Fernand Leger)의 꽃을 들고있는 두 여자(Two Women Holding Flowers)

테이트 모던 6층에는 멤버스 라운지가 있다. 라운지 위층 7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창으로 10층 보다 낮지만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템즈강과 세인트 폴 성당을 바라본다. 점심을 먹고 다시 커피를 마시고 1층 터빈홀로 내려와 어린아이들이 미술관으로 제멋대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다 기획전시가 열리는 블라바트니크 빌딩(Blavatnik Building)으로 이동한다. 2시, 쿠사마 야요이의 Infinity Mirror Rooms 전시를 예약했다. 쿠사마 야요이 전시는 제주도 본태미술관 전시보다 규모가 작다. 그래도 쿠사마의 반짝이는 거울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린다.


미술관에는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테이트 모던에는 고단한 미술 애호가를 위해 터빈 홀 주변에 커다란 의자를 두었지만 자리가 쉽게 나지 않는다. 미술관의 의자를 찾아다니다 우연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컴퓨터가 설치된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이 컴퓨터로 그리는 그림이 모니터에 실시간 전시된다. 아이들의 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다. 미래의 앤디워홀과 르네 마그리트가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어렵게 터빈 홀의 작품을 내려다볼 수 있는 푹신한 빈 의자를 찾았다. 의자에 앉아 터빈 홀을 본다. 2019년 터빈 홀에 인공태양이 전시되었다. 발광하는 반원을 천정의 거울에 반사시켜 인공태양으로 만들어낸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무엇보다도 터빈홀의 노란 태양과 태양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나는 당장이라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빛나는 태양을 상상해 본다. 그날의 전시는 볼 수 없었지만 오늘 이 시간으로도 충분하다. 오늘의 전시 엘 아나추이의 The Red Moon , THe World, The Wall을 상상해 본다. 다시 시간이 지나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설 전시관 4층과 2층을 복습하고 아트 샵을 둘러볼 때쯤 딸이 퇴근하고 미술관으로 들어선다. 오후 5시 40분이 지나자 미술관도 하루의 일정을 마친다. 터빈 홀의 거대한 입구를 천천히 걸어 밖으로 나오자 거센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강을 걷고 싶었지만 간단히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간다. 고단하고 행복한 미술 애호가의 하루가 비와 함께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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