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2학년 1반
✿ 5월 20일 장곤
신체 검사를 하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했어요.
처음에 앉은키를 쟀는데 87cm가 나왔어요.
키는 159.9cm.
그러니까 저는 숏다리에요.
가슴둘레는 72이고, 몸무게는 비밀이에요.
시력을 재는 시간에 이야기를 했다고
앞에 나가서 무릎 꿇고 앉아 있었어요.
죄송해요.
✿ 5월 23일 민정
선생님 괴로워요.
경숙이와 다투었어요.
싸우면 저만 울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래 왔어요.
어렸을 때는 등치가 저보다 크다는 이유로
말을 하다 못하면 배로 밀어버렸어요.
다시는 경숙이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요.
✿ 6월 19일 일수
운동을 하고 있는데 땀이 많이 나서
웃옷을 벗었다.
그런데 나는 뼈밖에 없었다.
나는 창피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쪄서 걱정이다.
그래서 여자한테도 팔씨름을 다 진다.
경미는 웬 여자가 그렇게 힘이 센지....
(선생님 경미한테 물어봐주세요.
뭘 먹으면 그렇게 힘이 세지는지요.)
✿ 9월 2일 진수
얼굴 때문에 너무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머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내가 누굴 좋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조용해지려 한다.
그런데 잘 안된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나모 모르게 크게 웃고 떠든다.
✿ 9월 27일 강윤
오늘 선생님이 너무너무 예쁘게 보였습니다.
어쩌면 그 옷하고 선생님 얼굴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꼭 생후 몇 개월 된 애기 같다고나 할까?
다른 옷을 입고 화를 내시면 정말 정말 무서운데
그 옷을 입으시고 화를 내시니까 하나도 안 무서워요.
오히려 더 예뻐요.
선생님은 어느 때 가장 예쁜지 아세요?
오늘 입으신 옷의 경우
약간 화를 낼 때, 무표정일 때, 살짝 웃으실 때.
선생님, 너무 환하게 웃지 마세요.
그것도 예쁘긴 한데 별로에요.
눈웃음을 침서 살짝 웃으시면 고현정, 고소영보다 더 예쁘게 보이세요.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유씨가 우리 고씨보다 더 예쁠 순 없지!
✿ 10월 18일 병해
선생님 저요,
아빠, 엄마, 누나랑 늙은 호박 따려고 밭에 갔어요.
몰라도 호박 100덩이는 땄을거여요.
그런데 호박 따다가
늙은 호박을 보면서
문득 선생님 생각이 나더군요.
무슨 생각이 났냐문요
'선생님도 빨리 시집 가셔야 할텐데...'
그렇게 걱정이 되더군요.
✿ 11월 24일 범석
선생님,
어제 오성이가 뭐라고 썼어요?
궁금해요.
❁ 쌤
오성이가 뭐라고 썼냐면
"범석이가 뭐라고 썼어요"라고 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