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필터 중딩일기 4.

2014년 2학년 3반

by 흰머리소녀

4월 2일 남수 "학급 일기"

점심 시간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용완이가 울었다.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 쌤

혹시 배가 고파서?







✿ 4월 7일 대현 "봄"

봄이다. 두꺼운 점퍼를 벗고 그냥 교복만 입는다. 아침에 따뜻한 바람과 햇빛을 느끼며 학교에 가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예쁜 꽃, 나무를 보면 눈도 즐겁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가끔은 땡땡이치고 싶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하는 공부라 참고 학교에 간다. 겨울에는 추워서 뛰어다니지도 않고 걸어 다니는 것도 싫었지만 봄은 나에게 "대현아, 빨리 뛰어놀아~ 지금이 기회야!"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운동을 한다. 안 움직이던 친구들도 뛰어논다.

이렇게 좋은 봄.

쭉 이렇게 계속 봄만 있었으면 좋겠다.


우와~ 낭만적인걸?^^

봄은,

볼 게 많아서 봄 이래.

그리고 또 봄이 유난히 좋은 건

이렇게 예쁜데 금세 가버린다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

여기저기서 마구 피어났던 꽃들이,

마치 세상을 다 채울 것처럼 피어난 꽃들이

며칠 지난 후 보면 거짓말처럼 다 사라져 버리잖니...


근데 그 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4월 10일 준영 "코피"

시작종이 치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 맨 뒷자리의 성식이가 옷을 뒤집어쓰고 엎드려있었다. 그러자 용완이가 성식이의 머리를 때렸는데 성식이가 코피가 난 것이다. 유심히 지켜보던 재현이가 "성식이가 옷을 뒤집어쓰고 코를 파고 있었는데 용완이가 성식이 머리를 때려서 코피가 난 거야."라고 해서 다 놀라며 웃었다. 성식이 앞자리의 종화가 재현이가 한 말을 크게 말하며 오른쪽 검지에만 피가 묻어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우리 반 애들은 빵 터졌다. 선생님도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고 계셨다. 잠시 후 화장실에 갔다 가 성식이가 반에 돌아오자 애들이 코 팠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했다.

근데 책상에 코를 박고 코피 난 건 처음 봤기 때문에 거짓말인 것 같다.


(귓속말)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 웃겨 죽을 뻔...ㅋ







10월 30일 은찬 "할머니"

집에 가서 할머니를 봤는데 벌에 쏘여서 많이 부었다. 너무 슬프고 답답했다. 나가서 일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나가서 일을 해서 일을 벌인다. 내 동생보다 말을 안 듣는다. 제발 말 좀 들었으면 좋겠다. 할머니는 주말에도 집에서 일만 한다. 친구도 없다. 저번에 친구 1명이 사고로 죽고, 옆집 할머니도 심장마비로 돌아가셔서 놀 사람이 없다. 그래서 주말에 내가 놀아 드리려고 집에 있었더니 좋아하셨다. 무거운 짐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고. 난 그날 뼈 빠지게 노동을 했다. 그래도 할머니가 좋아하시니 좋았다. 고생했다고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줬다. 할머니는 당뇨가 있어서 아빠가 있으면 탕수육 소스를 먹지 못한다. 나랑 있을 땐 할머니가 조금만 먹겠다고 부탁을 한다. 할 수 없이 탕수육 소스를 먹게 해 줬다.

이번 주말에는 비가 온다 하니 할머니와 같이 놀아야겠다.


아이구 이뻐라~~

할머니가 말 안 듣는다고 투덜대는 말들이 결국 다 사랑의 말들이구나.







✿ 11월 4일 용준 "식단표"

우리 반 애들은 3, 4교시만 되면 재식이한테 급식 식단표를 달라고 한다. 우리 반 애들은 학교를 식단표 보러 오는 것 같다. 재식이는 맨날 귀찮을 것이다. 식단표를 맨날 재식이한테 찾아서이다. 그리고 우리 반 애들은 맛있는 것 나오면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리고 4교시가 끝나면 밥 먹으러 엄청나게 뛰어간다. 그것도 우리 반만 뛰어간다. 우리 반 애들은 학교에서 밥 안 주면 욕할 것 같다.


용준아,

네 일기에 쓰여 있는 '우리 반'을 '나는'으로 바꿔야 맞는 것 같은데?








11월 10일 중용 "우리 이모"

우리 반 삼겹살 파티를 하는 날이다.

이모 가게에서 재료를 훔쳤다. CCTV에 손을 흔들고 나왔다. 수업 시간에도 삼겹살 파티 밖에 생각이 안 났다.

드디어 삼겹살 파티를 시작했다. 우리 모둠이 재료가 가장 많았다. 열심히 굽고 라면도 끓였다. 라면을 먹으려고 푸려는데 라면이 없었다. 햄도 몇 개 먹으니 다 없어졌다. 정종화랑 박상현 등등이 우리 모둠에 와서 다 먹고 갔다. 우리 모둠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볶음밥은 모양보다는 맛있었다. 배가 꽉 찼다.

중간에 이모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뒤질래?"라고.

'❤'를 보냈더니 욕을 했다.

설거지를 안 한 집게 가위를 이모에게 주고 튀었다.


사본 -IMG_4149.jpg

이모의 "뒤질래?"를 보고도 '❤'를 보내는 사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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