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필터 중딩일기 5.

2012년 3학년 2반

by 흰머리소녀

3월 9일 하영 "과학시간이란...*"

오늘은 금요일. 마지막 시간에 과학을 했다. 수업을 하면서 많이 웃고 또 선생님 질문을 듣고 내가 생각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생각을 하고 발표를 하다니... 이건 인생 최대의... 음... 마땅히 표현할 길이 없네. 어쨌든 대박인 거다. 앞으로 과학을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쌤

네 일기를 읽고 살짝 감동하려던 찰나! 남학생들이 내 방에 왔길래 자랑삼아 네 일기를 보여줬더니 이구동성으로 "이거 사기예요~~~!"라고 외치더라는. 게다가 100%래. ㅠㅠ








3월 12일 용록

정말 지루하다. 지금 나의 생활말이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시간은 5시 20분. 학원 가는 시간은 6시 5분. 이 사이 45분 동안 나는 침대에 앉아 있는다. 졸리지만 누워있으면 더 졸리고 일어나자니 피곤하다. 침대에 앉아서 단어를 외운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난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간다. 공부를 마치면 약 9시 30분 정도가 된다. 우리 집으로 오는 버스는 40분마다 있는데 마침 9시 30분에 버스가 있다. 난 매일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타거나 놓친다. 버스를 놓칠 때도 꽤 되는데 그럴 때마다 그냥 다시 40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선생님한테 일찍 끝내달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애들은 공부하고 있는데 나만 도중에 나오면 다른 애들도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수업 분위기를 망칠 것 같다. 또 내가 중간에 나오면 선생님도 별로 탐탁지 않아 하신다. 그래서 그냥 참기로 했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40분 동안 앉아 있다 보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운동하시는 할머니,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가게 문을 닫으려는 사람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매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커플들이다. 맨날 손 잡고 껴안고 별 짓을 다하는데 요즘 추워서 그런지 더 심하다. 오늘도 한 학생 커플이 꼭 껴안고 있길래 그냥 나왔다. 어쩌겠어... 애인 없는 내가 잘못이지... 나도 여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시험기간엔 같이 공부하고 시험 끝나면 같이 놀이공원도 가고... 완규는 여자 친구랑 같이 카페도 가봤다는데... 지원이도 여자 친구랑.... 난 맨날 영화도 형들이랑 본다. 가족을 제외한다면 나랑 영화를 처음 본 여자가 유현숙쌤이다. 유현숙쌤인 것이다. 아흑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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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쌤

헐... 뭐!!! 내 옆에서 영화 본 걸 영광인 줄 알거라.

정말 지루하다,로 시작한 용록이 일기는 정말 재밌다.^^

학원 가기 전 침대에 앉아 단어를 외우는(척! 하는) 너도 보이고

학원 수업받으며 차 놓칠까 봐 초조해하는 너도 보이고,

버스정류장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특히 연인들을 부러워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너도 보인다.

어쩜 이렇게 일기를 잘 쓸까...








3월 20일 관택 "염색"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다. 너무 어색하다. 그런데 애들이랑 선생님이 어울린다고 한다. 나도 이제는 멋있다고 생각한다.


❁ 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좀 억울하고 속상하다.

왜냐면 너는 일기도 거의 안 쓰고, 공부도 별로 안 하고.... 그런데도 내가 너를 이뻐하잖아.ㅠㅠ

일기도 잘 쓰고, 숙제도 잘해오고, 공부도 노력하면 얼마나 더 이쁠까...

그 느낌이 정말 궁금하다.








3월 21일 채현 "나의 다짐"

8교시가 끝나고 현숙쌤이 나를 불렀다. 물론 나만 부른 건 아니다.

솔직히 요즘 내가 생각하기에도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 그래서 긴장하며 갔다. 부른 이유는 수업 태도도 있었고 3학년의 생활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희한한 건 엄마나 다른 선생님이 공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솔직히 짜증이 솟구친다. 하지만 현숙쌤은 그러지 않는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저녁에 집에 와서 공부를 대충 하고 자고 다음 날 나 자신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도 많다. 그래서 스터디 플래너를 쓸 때도 앞으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대충 했던 걸 다시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게 집중해서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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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쌤

왠지 네 마음을 알 것 같고,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많이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고... 그래.

언제부터이지 모르게 널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앞으로 지내다 보면 서로에게 실망도 하고 서운한 일도 생길 거야.

그래도 채현아,

지금의 이 마음, 서로를 믿고 아끼는 마음은 꼭 갖고 가자.

쉽게 등을 보이지는 말자는 거야.

너에게 하는 충고나, 때론 꾸지람이

널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길...


비 온다.

비 그치면 이제 꽃도 좀 피고... 그랬으면 좋겠다.

감기 조심하고, 월요일에 만나자.♥








3월 10일 도현 "조카"

누나가 결혼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누나의 배도 조금 볼록해졌다. 누나는 임신 7개월이다. 이제 6월이면 조카가 생기는데 너무 귀여운 조카가 생길 거라는 기대에 생각을 멈출 수강 벗다. 여자라고 해서 조금 서운하긴 하다. 나와 같은 남자라면 하루 종일 뽀뽀라도 할 텐데 말이다. 생각해 보니 가장 귀여운 5살 때 난 군대 간다.ㅠㅠ 내 조카가 나처럼 예쁘고 공부 잘해서 좋은 일 했으면 좋겠다.


❁ 쌤

마지막 줄을 읽다가 깜짝 놀라 누구 일기인지 다시 확인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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