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하는 향교 나들이
하얀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이나
푸른 새잎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오월이나
울긋불긋 단풍이 드는 가을날이나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이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자연이 빚어내는 이 아름다운 순간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일 년에 서너 번쯤은
아이들을 데리고 꼭 나들이를 간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의 저 구절이
절로 떠오르는 가을날
내가 아이들과 함께 찾는 곳이 있다.
전주 향교에는
아주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무에도 은행잎이 가득하고
나무 아래에는 노란 카펫이 깔리는 시기가
전주 향교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대략 11월 18일~11월 25일 사이의
어느 날이다.
아이들에게
“은행나무를 보러 향교에 갈 거야”라고 하자
"으~~ 은행나무에서 냄새나요~~!!"라며
아이들은 질색했다.
하지만 가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을 알기에
나는 조용히 우리의 가을 나들이를 준비한다.
2016년,
그해 우리 1학년은 10명이었다.
내 차와 수학 선생님 차에 아이들을 나눠 태우고
전주로 향했다.
나무 한 그루에서 떨어진 은행잎이
넓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기와지붕 위에는 아직 소복이 쌓이지 않았지만,
바람 한 자락에도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은
노란 비처럼 보이기도,
노랑나비들이 나폴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숨이 나올 만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얘들아~ 떨어지는 은행잎 잡아봐~"
아이들은 나비 잡기 놀이를 하듯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은아 손에도, 하늘이 손에도
운동신경 떨어지는 ‘한심한 은행잎들’이
살포시 잡혔다.^^
"얘들아~ 점프해 봐~"
"얘들아~ 누워볼래?"
향교에 사진 찍으러 나오신 분들의
우리 아이들을 향한 카메라 세례.
"쌤~ 우리 하트도 할게요~"
"그래그래~~"
어떤 부탁도 다 들어주는 우리 아이들.
서점에서 책 고르며 들떠 있던 아이들,
엎드려 토론기록장 쓰던 아이들,
잠들기 전에도 책을 보던 아이들,
아침에 일어나 이불 단정히 개던 아이들,
영화를 보다가 흠칫흠칫 놀라던 아이들,
내 가방까지 들어주던 아이들,
정해진 시간을 정확히 지키던 아이들,
다리 아픈 친구를 조용히 부축하던 아이들,
그리고
노란 은행잎 속에서 뛰어놀던 아이들.
내 마음은
우리 아이들의 예쁜 모습들로 가득하다.
아이들 마음속에도
이 가을이
따스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쌤~ 내년에도 또 오면 안 돼요?
내년에도 데려와 주세요~~!”라는 말에
“내년엔 못 햇!”
단호히 거절하고
‘11월 22일쯤이 좋겠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생각할수록,
참 예쁜 아이들이다.
가을날 향교 나들이 모음.
♥ 2014년 중2 남학생 32명
♥ 2016년 중2 10명
♥ 2020년 중1 6명
♥ 2022년 중1 7명
세상 무덤덤할 것 같은 중딩들도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날이면
우리 아이들도
향교의 그 순간들을 기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