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어느 가을날
아이들과의 만남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힘이 되어주셨던 멋진 학부모님들이 많이 계셨다.
그분들의 든든한 격려를 받을 때면
난 춤 추는 고래가 되곤 했다.
우리 반엔 ‘산내’라는 곳에서 유학(?)을 온 아이가 있다.
‘산내’는 또 다른 지리산 바로 아래 마을인데
그곳에도 중학교가 있으나 규모가 너무 작아
승현이는 우리 학교에 다니기 위해 친척 집에서 지내고 있다.
약간 엉뚱하면서도,
중1답지 않게 듬직한 면도 있는 꽤 괜찮은 녀석이다.
가정방문을 다니면서
승현이에게 “산내에도 갈게”라고 약속해 놓고
시간을 못 내고 있었는데
얼마 전, 승현이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사과가 딱 좋게 익었어요.
반 아이들 모두 데리고 놀러 오세요.”
마침, 그 전화를 받은 곳이
에어로빅 대회 연습을 마친 아이들을 태우고 가던 차 안.
소식을 전하는 순간,
아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환호가 터졌다.
아이들이 방방 뛰는 바람에
차 안은 완전 아수라장이 되었다.
토요일,
우리 반은 내 차와 승현이 아빠 차에 구겨 넣어져 출발했다.
차에 타자마자 아이들은
서로 먼저 말하고 싶어 목소리를 높이다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말할 순서를 정하기까지 했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길에는 은행잎이 날리고,
차 안에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가득한
기분 좋은 가을 날이었다.
승현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트럭 짐칸으로 옮겨 탔다.
우리를 태운 트럭은
과수원으로 가는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했다.
거의 놀이기구였다.
겁에 질려 덜덜 떠는 나와 달리
아이들은 트럭이 움직이자마자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과 밭에 가까이 다가가자
주위가 사과 향기로 가득했다.
사과 향기는 참 사랑스럽다.
사과를 따서 한입 베어 물었다.
아... 그맛.....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대로의 가을이었다.
사과나무도 우리 아이들도 한 편의 시, 그림이었다.
사과와 함께 여학생들은 트럭을 타고 내려가고.
나는 남학생들과 함께 산길을 걸어 내려왔다.
승현이 아버님은 집에서 떡볶이를 만들어 기다리고 계셨다.
꿀떡꿀떡 넘어가는 떡볶이의 달콤 매콤한 맛.
갖다 놓기 무섭게 비워지는 그릇들 때문에
민망하기 그지없었으나,
나 역시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거의 씹지도 않고 넘겼다.
돌아오는 길엔
승현이 부모님이 드라이브까지 해주셨다.
그 덕분에 아이들도 나도
향기로운 추억 하나를 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