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관찰보고서
중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은
별 걸 다 신기해한다.
그중 하나가
과목마다 선생님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어느 날 한 아이의 일기장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1교시 국어 시간에 국어선생님이 들어오셨다.
2교시 수학 시간에 수학선생님이 들어오셨다.
…6교시 과학 시간에 과학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순진하고 귀여운 놀라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나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또 하나는,
중학교는 모든 수업이 끝난 뒤에야 청소를 한다는 사실이다.
4교시가 끝나면 청소하던 초등학교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
아이들은 처음에 꽤 어색해한다.
중1 아이들만의 행동 특징도 있다.
거의 매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로 담임을 찾아온다.
목적은 거의 같다.
누군가를 '이르기 위해서'다.
“쌤~ &*가 수학시간에 떠들어서 혼났어요!”
“쌤~ %#가 제 물건에 손댔어요!”
그러다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큰 뉴스라 생각하고 너도나도 달려온다.
"쌤~ ㅇㅇ랑 @@랑 싸웠어요!"
한 명이 다녀가고 잠시 후면
다른 아이가 또 달려온다.
"쌤~ ㅇㅇ랑..."
그러면 나는
"너가 10번째 알려주러 온 거야."라고 한다.
이어서
또 다른 아이가 숨을 몰아쉬며 교무실 문을 열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응~ 알아~~ ”라고 대답을 한다.
1학년, 특히 남학생들은 사소한 다툼이 잦다.
그런데 1학기가 끝날 즈음이면
놀랍게도 서서히 줄어든다.
아이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자리 잡는 걸까.
아이들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걸음을 배우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달리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저만큼 앞서 있는 마음을 따라잡으려는 걸까?
아이들은 정말 끝없이 뛴다.
언제까지?
중학교 1학년까지.
친구를 툭 건들고 도망가고,
밥 먹으러 급식실 갈 때도 뛰고,
교실 안에서도 이유 없이, 쓸데없이 뛴다.
중2 중엔 간혹 뛰는 아이들도 있지만
중3이 되면 절대 뛰지 않는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본 끝에
나는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뛰는 것을 멈출 때 아이들은 철이 든다.
어른들이 뛰지 않듯이.
중학교 1학년은 세상 철없다.
그래서 나는 중1이 좋다.
초등학생의 느낌이 폴폴 나는 아이들을
어엿한 중학생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1학년 담임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나는 1학년 담임을 원했다.
33년 동안 중학교 교사로 지내며
25번의 담임을 맡았다.
그중 10번이 중1이었다.
아마도
철없음 속에서 반짝이는 생기를,
나는 오래 사랑해 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
아이들은 반편성을 위한 배치고사를 보기 위해 중학교에 온다.
학교에 들어서서 어리둥절해하는 모습부터
사진을 찍어둔다.
이렇게 일 년 동안 찍어놓은 사진들은
영상으로 만들어
1학년을 마치는 날 함께 본다.
입학식 전에 미리 학교에 나가
교실 청소를 하고 정리한 뒤
책상 위에 이름표를 붙여 놓는다.
그리고 3월 2일 첫 시간에
일기장과 종례 글쓰기를 할 생각노트, 파일을 들고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나러 교실로 향한다.
머지않아 와락 내 품으로 달려올 아이들 생각에
설레며
교실 문을 연다.
이렇게 우리의 일 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