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엄마, 방금 영혼 없이 대답한 것 같은데?"
눈앞에 하던 일을 하느라, 아니면 다른 생각 중이라
아이가 종알종알 내게 말을 걸어오는데
성의 없이 대답한 적이 많다.
아이뿐만이 아니다.
남편의 말에도 건성건성이다.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요즘은 밥도 잘 안 한다.
메뉴를 생각해 내는 것도, 차려내고 치우는 것도 힘이 든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여기저기 문어발 걸쳐있는
일들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낸다.
엄마가 옆에 누워 같이 잠을 자 주기를 바라는 둘째는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엄청 신기했던 일을 말했던 것이었는지, 재밌었던 일을 말했던 것인지, 어떤 상황에 대해 말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이 말대로 영혼없이 '어~ 그랬니' 대답하고 깨달았다.
아차. 이게 아닌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무얼 쫓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조차 귀 기울여 담아내지 못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