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실히 잘 다니던 학원이 갑자기 지겨워지고, 영어는 왜 학교 교과서 보다 앞서 배워야 하는지 묻는다. 대답을 해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영어도 수학도 모두 stop 하고 싶단다.
아이의 교육 문제는 엄마의 책임인 것 같아서.
변하고 있는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순간 두려웠다.
혹시나 쉬었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지?
조바심이 났다.
끈기와 인내심 없는 엄마 따라 엄마표 수학. 엄마표 영어하다가 망하는 지름길로 들어서는 건 아닌지.
오랜만에 남편이 재택근무를 해서 점심으로 즉석떡볶이
데이트를 했다. 아이들 교육 문제,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의 감정 문제로 머릿속이 가득해서였는지.. 남편한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오빠.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아니~ 전혀 아닌데. 그땐 너무 아무것도 몰랐지. 스무 살 땐. 내 결정권 없이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그게 정답인 것처럼 따랐잖아. 지금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고. 나는 지금이 훨씬 좋아.
나더러 20년 더 살 수 있는 기회와 20대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나는 20년 더 살게 해 달라고 하고 싶어"
"헐. 나는 일찍 죽고 싶은데... 오래 살기 싫어. 난 20대 때 내 멋대로 나 하고 싶은 대로 살던 때가 그리운데.. 지금은 책임져야 할 것들 때문에.. 부담되고 버거울 때도 있어. 나 하나로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오빠는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힘들지 않아? 오빠가 벌어온 돈으로 애들 학원비, 생활비에 다 쓰고 있잖아. 정작 오빠는 즐기지 못하고. 혼자 살면 실컷 놀고 먹고도 돈이 남아돌 텐데 "
"에고, 내 마누라. 내가 호강 못 시켜줘서 이런 소리하네~"
어렵다.
남편의 20대는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살던 삶이었다면
나의 20대는 주도권이 내게 있었다. 나 하고 싶은 대로 살았었다. 책임져야 할 대상도 생각해야 할 다른 문제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