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앙카 Mar 02. 2023

나의 부캐

글 쓰는 비앙카

 나에게 부캐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땡땡이 엄마일 뿐인데.


지난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부캐라는 단어가 어색했다. 전업주부라는 이름 말고는 직업도 없고 내세울 만한 별다른 특징도 없는데 부캐를 만들어 보라니. 그런데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확실한 부캐가 있는 느낌이다. 말만 부캐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부캐다. 가만히 박혀있는 글자들이 내 눈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증명해 준다.


글 쓰는 비앙카.


하루 24시간 중에 쓰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쓰려고 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쓰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스페인어를 시작했을 때 학원 선생님께서 스페인어 이름을 하나씩 지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A부터 Z까지 순서대로 나열된 여자 이름과 뜻에서 나라는 사람에 하나씩 대입해 불러봤다. 나는 어떤 느낌의 사람인지. 어떤 느낌의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됐다.  


Bianca - 순백의. 이탈리아에서 비롯된 이름.  상상력이 풍부하며, 솔직하며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 소박한 것을 즐길 줄 알며, 타인의 생각을 존중할 줄 안다.



Bianca. 순백의. 조용히 서너 번 되뇌었다. 이름에서 주는 새하얗고 깨끗한 이미지와 평온함에 이끌렸다.  새로운 도전이 즐거우며, 작은 것에 기쁘고,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날 스스로에게 비앙카라고 이름 붙여줬다.

그리고 그들에게 비앙카로 불리기 시작했다. 셰뇨라 비앙카.


"Como se llama?-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Me llamo Bianca"-제 이름은 비앙카입니다"

"Señora Bianca,  Buenos días - 셰뇨라 비앙카, 좋은 아침이에요"

"Hola, Shelia. Buen día - 안녕, 세일라! 좋은 아침이에요"




 현재는 나, 비앙카에 꾸며주는 말이 하나 붙었다. 글을 쓰다. "글 쓰는 비앙카"

놀랍고 쑥스럽다. 뿌듯하고 신기하다. 자랑스럽고 조금 더 꿈을 꾸고 싶다. 기분 좋은 감정이 마구 샘솟는다.


 어제 오랫만에 어머님과 긴 통화를 했다.

얘야, 내가 듣는 강의 중에 이런 말이 생각나는구나.

나(self)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란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로 살아간다고 한단다. 나는 내가 기억하는 거고, 매 순간의 경험을 이야기로 바꿔 그것을 기억으로 쌓아 "나란 사람은 이런 인간이야"라는 자아가 생기는 거라고 한단다.
 
너의 인생은 네가 펼치는 이야기에 의해 결정되는 거야.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라는 사람을 수많은 동사로 채워 나가길.

  

작가의 이전글 [독서모임] 오후의 글쓰기/이은경 지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