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에 있는 서가 하나에 가득 찬 책들을 다 처분한 뒤한동안 책 한 권을 살 때도 망설이고 망설였다.
웬만하면 빌려서 읽고 필요해서 사서 읽게 된 책은
다시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빌려주거나,
아예 선물을 하게 됐다.
책을 처분하면서 책 앞 장에 서명을 하는 것이나
밑줄을 긋는 것이 그리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밑줄은 덜 긋게 된 것 같은데,
그래도 맨 앞장에 써넣는 짧은 글귀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니 헌책방에 넘기기 애매했던 내 책들은 고스란히 재활용으로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진작에 그 책을 읽었으면 좋을 이들에게 나누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더랬다.
그리고 생긴 좋은 버릇이라고 해야 하나.
다 읽었는데 좋았다고 읽고 보고 먼저 빌려주거나
흔쾌히 주게 된 것은.
또 책을 겹겹이 보관할 수밖에 없어서 한 권을 살 때도신중, 또 신중하게 된 것도 좋은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
그 후 좋아하게 된 작가인 김경욱 작가의 <위험한 독서>와 <동화처럼>도 읽은 뒤내 곁을 떠나보냈다.
천상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황석영 작가의 <강남몽>이나 <낯익은 세상>도 작별을 고했다.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와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 등등을기분 좋게 보냈다.
장진의 <희곡집>은 간직하고 싶어서 빌려주었다 돌려받았고 이응준의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는 제목이 낭만적이지만(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의 서재에서도 제목이 스치듯 나왔던 책이기도 하다) 소설의 내용은 20대의 날 것 같은 감정이 폭발적으로 담겨있어서 아직 누군가에게추천해주길 망설여지는 책이라 그냥 갖고 있다.
책을 사는 일, 읽는 일, 누군가와 나누는 일, 소장하는 일 모두 소소하지만 큰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