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접종 후 후유증이나 증상 등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보다 화이자 백신이 2차 접종 후 더 힘들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많이 했기에 지레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작년부터 많이 빠진 체중은 간신히 1kg 정도 회복된 상태여서 체력적으로도 염려스러웠다. 또 잠도 부족한 상태라 접종 전날이라도 느긋하게 지내다 푹 자려고 일정을 여유 있게 해 놓았다.
#백신 2차 접종_ 2일 전
하지만 아버지의 암 재발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다시 항암치료와 검사 등을 하기 위해 빨리 입원하셔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동생이 아버지를 모시고 입원 전 코로나 검사를 하기로 하고 나는 간병사를 알아보고 입원하시는 날에는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로 했다.
부랴부랴 간병사를 알아보는데 추석 연휴 직후라 계속 연결해주던 센터에서 대기인원이 없다고 다른 협회에 알아보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 시국이라 병원 진료나 입원하는 것이 까다롭고 복잡했지만 간병사 대기자가 없는 경우는 없었다. 3~4주 간격으로 6차까지 항암치료를 하면서 입원하고 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계속 연결해준 간병사 센터에서 이번에는 약속할 수 없다며 난감해했다.
할 수 없이 다른 간병인 협회 등 여러 곳에 전화를 하고 알아보는데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검색하고 알아보는 와중에 단골로 거래했던 센터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운 좋게 대기 간병사 한 분을 연결시켜줄 수 있게 되었고 전날 코로나 검사도 받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입원하기 위해서는 환자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고 간병사나 상주 보호자 1인도 전날이나 전전날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경우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 비용은 환자측에서 간병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경우에는 무료다.
#백신 2차 접종_ 1일 전
아버지가 다시 입원하기로 한 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고관절 수술 후 재활치료 중에 퇴원하셨기에 아직 혼자 걷지는 못하셨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야 하는데 비가 오니 심란했다. 다행히 친정집에 도착했을 때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병원에 도착해서 입원 수속을 하고 간병사를 만나기로 여유 있게 약속 시간을 정했는데, 감사하게도 간병사도 우리와 같은 시각에 도착해서 뭔가 도와주려고 연락을 해왔다. 차분하고 따뜻한 인상의 간병사분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병실을 배정받고 간호사에게 외과 협진을 비롯해 아버지께서 현재 드시는 약들의 처방전을 전달했다. 연하 문제 때문에 식사도 죽으로 드셔야 한다는 등의 설명과 면담을 했다. 집에서 가져온 병원 물품 외에 추가로 필요한 것들과 간병사를 위한 햇반과 김, 커피 등을 사서 드리고 아버지께도 기운 잃지 않으시도록 담담하게 인사를 나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상황이라 병원에 올 때마다 더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입원하신 다음 간병사분에게 부탁드리고 혼자 돌아오는 길은, 꼭 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던 때의 심정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가족 톡방에 입원 상황 등을 공유하고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하며 병원 문 밖을 나서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백신 2차 접종_ 당일
오후 2시에 백신 접종 예약이 되어 있는 날, 오전에 해야 할 일들을 부지런히 끝냈다.
아버지께서 입원하신병원 간호사실에서도 연락이 오고 간병사에게도 문자가 왔다. 여러 가지 동의하고 처리할 일들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CT촬영 결과 주변에 전이가 돼서 추가 CT를 찍어야 하며 그 결과까지 지켜보고 새로운 항암 치료제를 다시 처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 지난번보다 더 힘든 치료가 될 것이고 입원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는 예고이기도 했다. 어머니께도 연락드리고 마음을 단단히 하기 위해 점심식사를 든든하게 했다.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가니 1차 접종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째 딸의 경우는 백신접종을 내과에서 했는데 건강검진받는 사람들도 많아서 복잡했다. 나는 일부러 소아과로 예약을 했다. 내과에 비해 소아과는 다른 환자가 없는 편이고 의사가 직접 백신 접종을 해준다.
"백신 1차 때 접종하고 별 이상은 없으셨죠?"
지난번에도 접종을 해준 의사가 물었다.
"네!"
"자, 호흡 한번 할게요.
길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세요."
이번에는 호흡까지 하라니 2차 접종이 더 힘들긴 힘든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주사 바늘이 들어왔다.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백신 접종은 끝이 났다.
"근육주사니까 팔이 아플 수 있어요.
진통제는 미리 먹지 마시고 증상이 생긴 다음에 먹는 게 좋습니다."
의사는 주사를 놓은 자리에 뽀로로 노란색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15분 대기하고 여기 쓰여있는 시각까지 이상 있나 지켜보다 가시면 됩니다."
손 등에는 2시 35분이라고 적은 동그란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나는 병원 대기실에 앉아 브런치 글들을 읽으며 느긋하게 15분을 기다렸다. 별이상이 없길래 예약전화 받으며 접종자 예진표 접수하느라 바쁜 간호사와 친절한 의사에게까지 들리도록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떡볶이, 튀김, 떡, 동그랑땡, 커피, 음료수 등을 욕심껏 사서 왔다.
지난번에 접종 후 5시간 혹은 8시간 후에 두통이나 근육통 등이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로도 접종한 직후에는 주사 맞은 팔이 약간 뻐근한 정도다.
집에 오자마자 떡볶이와 튀김, 동그랑 땡과 커피 등을 양껏 먹었다. 좋아하는 귤도 여러 개 까서 먹었다. 겨울잠 자려는 곰처럼 배가 부르도록 열심히 먹어두었다.
그런 다음 아직 괜찮을 때 할 일을 서둘러서 했다.
백신 접종 6시간 되는 시점인 저녁 8시경, 나는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타이레놀)를 한 알 먹었다. 8시간 간격으로 두 알씩 먹는 타이레놀이었는데 발열이나 심한 근육통이 없어서 예방차원에서 한 알만 먹은 것이다.
#백신 2차 접종_ 다음날 새벽 5시
바쁜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지만 이날은 새벽 6시에 일어나도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새벽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애매한 두통과 살짝 복통이 오는 느낌이 들었다. 진통제를 먹은 시간을 계산해 보니 8시간이 지났길래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 때가 1차 접종 때 보다 힘들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는 1차 접종 때가 더 힘들고 2차 접종 때는 수월한 반면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 때 몸살을 앓기도 한다는 것이다.
호주에 있는 동생은 화이자 2차 접종 후 몸살이 났다. 건강한 지인도 2차 접종 후 호되게 고생했다고 한다. 다른 친구는 화이자 2차 접종 후에도 하루도 안 쉬고 일했지만 건강 상태가 양호했단다.
하지만 난 최근 건강을 위해 좋은 것을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그 흔한 비타민제 한 알 먹고 있지 않으므로 이럴 때 복수를 당할까 봐 방어적이 되어 있었다.
접종 후 어디에 통증이 없나,를 예민하게 살피니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아플까 봐 타이레놀 한 알을 더 먹었다. 원래 두 알이 정량이긴 하니까.
백신 접종 후 다음날은 일부러 비워놓은 상태라 급하게 시간에 쫓겨서 할 일은 없었다. 그래도 하루치의 일은 늘 기다리고 있었고 그런 티도 나지 않는 일들을 해놓았다.
그다음 시간을 계산해서 8시간이 되는 오후 1시에 진통제를 또 한 알 먹었다.
이날은 여유도 있게 보내고 진통제도 시간 맞춰서 먹어선지 발열감이나 두통, 근육통 등은 없었다.
다만 몸에 힘이 빠지는 무기력증 같은 증상이 있어서 오후에는 쉬면서 잠을 보충했다.
백신 접종 후 건강 상태가 염려된다면 당일 보다는 그다음 날에 쉬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다.
#백신 2차 접종_ 2일 후
전날 잠을 푹 자서인지 오히려 몸은 가벼웠다.
발열은 아예 없었다.
지금까지 접종 다음날 새벽 5시에 잠을 깨운 두통과 애매한 복통이 제일 강한 증상이었다.
미리 진통제를 먹어선지 근육통도 주사 맞은 팔만 뻐근할 뿐 특별한 통증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1차 백신 접종 때와 2차 접종 후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굳이 찾는다면 좀 더 왕성해진 식욕 정도라고나 할까?
평상시대로 하루를 분주하게 보냈으며 특별한 피로감이나 이상 증상 등 부작용은 없었다.
다만 저녁 준비를 하기 싫다는 생각과 기운이 없는 무력감 비슷한 게 느껴졌다.
중요한 건 최근 이런 감정은 종종 찾아왔기에 백신 접종 때문인지 아닌지는 좀 헷갈렸다.
다들 저녁은 각자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남편은 퇴근길에 가족 모두 좋아하는 음식점의 쭈꾸미볶음과 커피를 사서 포장해 왔다.
덕분에 편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기본적인 할 일들을 한다음, 다른 날과 별다를 것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화이자
남편은 3월 중순경 1차로 아세트아미노펜을 접종했는데 새벽에 힘들어서 잠에서 깨어 물을 충분히 마셨다고 했다.
진통제를 먹지 않고 견뎠는데 다른 직원들은 증상 정도가 달라서 그날 일찍 퇴근을 하거나 다음날 연차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남편의 경우, 다음날도 정상근무를 했는데 몹시 피곤해했고 밥 먹는 것도 귀찮을 정도라며 몸에 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끝까지 진통제 한 알 먹지 않고 버텼다.
아세트아미노펜 2차 접종 후 남편은 오히려 이상 증상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진통제도 안 먹고 매일 하던 운동도 하루인가 쉬고 평상시 루틴대로 계속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은아버지는 심장수술을 한 적이 있었는데도 화이자 백신 접종을 했다. 작은어머니는 1 기암으로 항암치료를 한 상태였는데 해당 연령대가 아세트아미노펜이라,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접종을 했다.
당시는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많을 때였는데도 의사인 작은어머니는 당연히 접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버지의 경우, 그때 입원 중이셨기에 백신 접종 예약은 아예 생각도 못했다. 당뇨약뿐 아니라 항암치료 후 복용하는 약들이 많아서 백신 접종을 해도 되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런데 의사인 작은아버지께서 강력하게 권하셔서 접종 예약을 하고 퇴원 후 어머니와 함께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셨다.
나는 부모님께서 백신 접종하는 전날과 당일까지도 맞으실 수 있는 상태인지, 맞고 싶으신지 등 의견을 여쭈어보았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백신 접종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아버지는 몸과 마음이 다 약해진 상태였기에 "맞아도 될까?"라고 반신반의하셨더랬다.
하지만 동생인 작은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로 접종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신 것이다.
걱정했던 아버지는 접종 후 큰 진통 없이 잘 지나갔고 어머니는 두통과 근육통 등이 있어서 시간에 맞춰 진통제를 몇 차례 드셨다고 했다.
시어머님도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셨는데 힘들지 않게 잘 지나갔다고 하셨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많은 사람들이 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화이자 접종이 시작되자 다시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긍정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반대로 화이자, 모더나에 부작용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어쨌든 주사는 무섭다!
예방주사는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기본적인 예방주사 외에는 독감접종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독감접종을 시키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이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주사를 싫어하고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감도 큰 편이다.
특히 코로나의 경우 사상 초유의 새로운 바이러스인 데다 변이 바이러스까지 여러 종이라 백신만 믿을 수도 없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백신 접종을 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한 치명률이 초기 우려했던 것보다는 높지 않으니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접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각자의 선택이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만 12세에서 만 17세의 연령대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아직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층의 부작용을 고려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변에서 보면 이 나이 때 부모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학교도 가고 학원도 다니며 한창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데 왜 접종을 빨리 안 하냐, 는 입장과 백신 접종을 선택하라고 하면 맞혀도 될지 걱정된다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이 연령대는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클지.
부작용이 더 심각할지 아직 알 수 없으므로 전문가들도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우리 집 둘째도 이 나이에 해당되는데, 나는 부모님께도 접종을 강요하지 않은 것처럼 백신 접종을 꼭 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것이 더 도움이 될지,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 예측불허의 시대 아닌가.
고등학생인 우리 둘째도 여러 상황을 보고 듣고 알고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