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그의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마음이 아팠고 감동적이었다.
진심을 꾹꾹 눌러쓴 그의 글 한 편 한 편은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고 잠들어 있던 나의 무언가를 깨우는 힘이 있었다.
난 그동안 그를 얼마간 오해하고 있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좋았으나 감각적이었고(가물가물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이미지만을 갖고 쓰자면) 그랬기에 즉흥적으로 써진 글들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의 작품을 생각하면 당시 좋아했던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이 겹쳐진다. 그래서 한때 그에게 열광했고 또 그래서 그에게서 멀어졌다.
헌데, 이번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가로서의 일상, 삶의 태도, 글을 쓰는 작업 방식을 알게 되었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우러났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그가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쓴다'라고 했던 것.
이것은 다른 사람의 말이긴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 말을 인용하며 좋아한다고 밝혔다.
내 마음도 두드리는 말이었다.
그는 전업작가로 다른 퇴로를 차단한 뒤로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5시간에서 6시간 작업을 한다고 한다. 장편소설을 쓸 때는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 정도를 규칙적으로 쓴단다.
잘 써질 때도 더 많이 쓰지 않고 안 써질 때도 그 분량은 채우려고 애를 쓴다고. 그리고 소설가는 기본적으로 앉아서 하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매일 한 시간씩 달리기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이다.
한 번도 먼저 청탁을 받고 마감에 쫓겨 소설을 쓰지 않았다는 작가.
리듬감 있는 그의 글은 한순간에 휘몰아 썼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고치고 또 고치며 수없이 전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물이라는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그에게서 진정한 작가의 모습을 본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가 지금처럼 어떤 말에도 휘둘리지 않고 그렇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작품을 쓸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