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읽고

by 책벌레 잠잠이

한동안 책을 읽으면 리뷰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한데, 요즘 책도 좀 뜸하게 읽긴 했지만 뭔가 쓰고 싶지 않았다. 굳이 이유를 말하고 싶지도 않은 그러저러한 일들로 인해서 말이다.
서점이야 물론 자주 간다. 딱히 살 책이 있지 않아도 서점에 들르는 걸 좋아한다. 예전에는 서점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서 산 적도 있다. 이왕이면 읽지 않은 책을 사야 하는데 마음에 드니, 거의 다 읽은 책도 사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의 경우,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이라는 부제도 좋지만 제목에 끌려서 사게 된 책이다. 뭔가 의기 충전해질 내용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제목이 힘이랄까.

이제 당신은, 무엇이든 쓰게 된다

프롤로그의 제목이 참 좋다.

프롤로그의 제목이 '이제 당신은, 무엇이든 쓰게 된다.'이다. 마치 마법의 주문 같아 진짜 이대로만 하면 뭔가 묵직한 것을 써내지 않을까, 싶어 진다.


책의 제목은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당신은, 무엇이든 쓰게 된다.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
무엇이든 쓰게 되었으면 좋겠다.
다 읽지 않더라도 갑자기 책을 덮고는
무엇이든 쓰게 되었으면 좋겠다.
_ 프롤로그 中


저자의 말대로 '누구나 쓰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난 최근에 합평 모임을 지속하지 않기로 했고 또 어떤 좋은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장편이라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인데 최근에는 이런저런 이들로 시간이 자꾸 부서진다.

어떤 작가는 그 부서지는 시간들을 모아 놀라울 단편들을 써내기도 했다지만 나는, 아직은 그게 쉽지 않다. 적당한 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만 하는 것, 그건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여전히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건 쉽지 않다. 물론 거절하기 싫은 제안을 거절하는 것 역시도 여전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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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보아야 이해가 된다

책의 편집이 다양해서 가독성도 좋다.


우리는 세상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관찰하는 나를 관찰한다.
세상을 관찰하는 나를 관찰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간다.
세상을 관찰하는 나를 관찰하는 일은
깊이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일이다.
_ 11p


김중혁 소설가는 창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이 '관찰'이라고 한다.
끝내 창작물을 완성해내고야 말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필요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결과물을 좋아해 주면 좋겠다는 '소망'도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관찰'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관찰'인데 말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을 관찰하는 사람은 오로지 비판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성공하면 평상시 파악할 수 없었던 수많은 생각들이 의식에 떠오른다"라고 한다.

새로운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산책을 다녀오자


유명 작가들이 글을 쓰기 전에 혹은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이 '산책'이다.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히고 바람을 좀 쐬며 휴식을 취하는 것 그리고 걷는 것이 새로운 자극을 주는 데 일조하는 듯하다.

서점의 발견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그으며 읽는 습관이 있다. 한동안 이렇게 밑줄을 그은 책을 바꿔보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립다.


나는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준 책의 힘을 믿는다.
책을 만들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사람의 절실함을 잘 알고,
책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사람의 절실함도 잘 안다.
그래서 책과 서점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_ 46p


정말 동감하는 구절이었다. 꽤 오랜동안을 책벌레로 살았던 나는 인생을 너무 미리 알아버렸다는 후회도 들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인생의 모든 맛은 아니었겠으나 그래도 몸으로 부딪치기 전에 미리 책으로 배운다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있는 법이다.
전자책이 나오고 모든 것이 디지털 시대가 된다 해도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을 보는 사람들은 질긴 생명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화면을 넘기며 보는 전자책이 주는 느낌과는 다른 책만의 어떤 미묘한 느낌, 교감이 있으니까.

소설가 김중혁은 그림도 그린다고 한다. 멋지다!!!

김중혁 작가가 소설가가 된 2000년, "소설가가 되었지만 할 일이 전혀 없었다."라고 한다. 그래서 독학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림일기를 그려보게 되었단다.
그러다 믿을 수 없게도 그의 그림에 관심 있다는 사람의 연락을 받게 되고, 웹진에 카툰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멋지지 않은가!
김중혁 작가의 그림 솜씨도 예사롭지 않고 시니컬한 표정의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그의 글과 그림에는 유머까지 있으니, 큰 인기를 끌었을 듯하다.


야금야금 읽다 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 아쉬워진다.


책의 맨 뒷 장 여백에 인상적인 구절과 페이지를 적어놓는다. 따로 독서노트를 쓰지 않을 때나 나중에 리뷰를 쓸 때도 유용하다.

어떤 책을 읽다 보면 "대체 언제 다 읽는 거야"하며 남은 분량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반대다. 빨리 다 읽게 될까 봐, 조바심이 드는 책이다. 근데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나도 다시 뭔가를 쓰게 되는 걸까. 막바지로 갈수록 그 불안감도 함께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과연 책을 다 읽은 후 뭔가를 다시 쓰게 되었을까, 가 궁금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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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무엇이든 쓰게 된다

작가: 김중혁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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