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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Oct 23. 2021

<소나기밥 공주>를 쓴 작가 보다 많은 나이지만

오래전 동화작가의 꿈을 품다!

  베갯머리에서 읽을 책을 고르던 아홉 살 딸아이.

그 아이가 읽고 있던 책을 다 읽은 터라 새 책을 주문해 달라고 신청을 했는데 깜빡했네요.


한꺼번에 많이 사두면 편하겠지만 웬만하면 서점에 나가서는 꼭 한 권만. 인터넷으로 주문을 할 때는 많아야 두 권으로만 신청할 수 있는 책 권수를 제한해 두었지요.


그래서 딸 애는 이렇게 자기가 읽을 만한 책이 없는 날이면 제가 읽었던 책을 기웃거린답니다.

둘째는 좋아하는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하는데 큰 아이는 늘 새로운 책에 목말라하네요.


그 아이가 책꽂이에서 빼온 책은 <소나기밥 공주>.

한 5학년이나 6학년 아이가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읽어주는 거니 상관없을까, 그런 마음이 들긴 하더군요.


  사실  아홉 살 아이가 읽기 엔 좀 버거울 법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나 <삼국유사>니 <로빈슨 크루소>니 하는 두꺼운 책들도 제가 읽는 걸 보고는 읽어달라고 해서 자기 전에 조금씩 읽어주었더니 너무 재미있어하긴 했거든요.


책 제목: 소나기밥 공주

작가:이은정

출판: 창비(창작과 비평사)

발매: 2009.05.15



 그런데, <소나기밥 공주>를 읽어달라고 했을 때는 왜 흔쾌히 그러마, 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주인공 '공주'의 어머니가 가출했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에다 또 공주는 남의 집 장바구니를 훔치기 때문에?

내용을 되짚어가며 스스로에게 반문합니다.


'동심 천사 주의'에 빠지지 않기, 아이들의 일상이 살아있는 글을 쓰기, 아니라면 아이들의 욕망이 살아있는 판타지 동화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에 왜 나는 아이가 어두운 현실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 나오는 동화를 읽어주기를 꺼려했던 걸까,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어리니까, 좀 더 커서 알아야 하거나 그때 읽어야 할 책이니까?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는 생각에 책을 함께 펼쳤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작가의 프로필부터 보네요.


"엄마, 1981년이면 몇 살이에요?
엄마가 몇 살 많은 거야?"


 다시 한번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그리고 <소나기밥 공주>의 따뜻했던 결말부를 떠올려봅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저녁 식탁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 주었던 책.

젊다면 젊은 작가(당시 10년 전 시점 나이)가 이렇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살짝 질투도 나네요.


 어제 결국 6장까지 읽고 밤 12시가 다 되어 잠이 든 녀석. 오늘은 8장까지만 읽고 억지로 재웠습니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 아홉 살 아이라면 늦어도 10시나 10시 반까지는 자야 하는데.

이 어린아이를 밤늦도록 흥분과 기대감에 잠 못 들게 한 책, 참 나쁜 책입니다.


 그런데 나 역시 그런 책을 한 편은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슬금 드는 밤입니다.



*후기_2021년 10월 23일 토요일

 이 글을 쓴 것은 2010년 봄, 벌써 11년 전이다.

나는 이때부터 이런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될 꿈을 품었다.


 그러나 밥벌이도 포기하지 못하고 꿈을 품은 채 이렇게 긴 세월을 지나왔다.


 어린 딸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되기를 바랐는데, 이제 아이들은 동화를 읽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내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0년도 더 된 책이지만 여전히 나의 책장에 꽂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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