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3일 일기
우리 학교에는 '안아라'라는 젊은 영어 선생님이 있다. 알고 보니 나와 비슷하게 이 학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우린 서로 좋은 친구가 되었다. 영어실력도 나와 비슷해서(썩 잘하지 못해서) 영어와 키르기스어를 섞어서 말하며 그래도 척하면 척 서로 이해하는 편이다. 내가 학교에 왔을 때 누구보다 나를 세심하게 챙겨줘서 정말 고마웠던 선생님이다.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점이 있는데, 만난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무렵, 그녀가 나를 집으로 초대했는데 내가 거절했던 것이다. 안아라는 갑작스레 그날 당장 몇 시간 뒤에 올 수 있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마침 어디 갈 일이 있었다. 무리해서 가겠다고 했다가 결국 나중에 못 간다고 말했다. 나는 예기치 않았던 일정을 거절하는 것이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왜 못 오냐고 거듭 물어볼 정도로 그녀는 꽤 실망한 눈치였다. 나는 억울할 정도로 아쉬웠건만 혹시 오해하고 그녀가 다시는 날 초대하지 않을까 봐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그녀는 한 번씩 샐러드를 챙겨 오거나 함께 간식을 먹으러 가자고 말해서 나를 기쁘게 했다. 내가 집에 갈 조짐이 보이면 같이 가자고 짐을 챙겨 나오고 오늘도 그렇게 같이 집에 가는 길이었다. 그녀는 "배 고프지 않냐?"라고 나를 떠봤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나는 언제나 그녀의 제안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기 엄마인 그녀에게 내가 먼저 (놀자고) 제안하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먼저 물어봐주는 게 무척 고마운 내 맘을 알까? 우리는 결국 둘이서 간식을 먹으러 가게 됐다.
그녀는 사실 해외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한 상태였다. 그녀는 내게 에세이를 첨삭해주길 부탁했고 나는 짧은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몇 번 그녀에게 조언을 해준 적 있었다. 그녀가 오늘은 좋은 소식을 전해줬다. 바로 1차 지원에서 합격한 것이다. 나는 정말이지 내 일처럼 기뻐해 줬다. 항상 시어머니 모시랴 두 아이 뒤치다꺼리하랴 피곤하고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낸 그녀가 무척 대견했다.
항상 나를 부러워했던 안아라에게 나는 자신 있게 "네가 정말 자랑스럽고 부럽다"라고 말했다. 탈라스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외국은커녕 심지어 다른 도시도 가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안아라.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벌써 두 아이 엄마로 살림을 살고 시집살이를 하며 '평범한' 키르기스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 것이 불 보듯 훤히 예상되는 앞날이었다. 내가 보기에 그런 그녀에게 이번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탄탄한 실력을 얻고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한마디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학생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찾아주고 싶다던 안아라. 언제나 열정적인 그녀를 나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You are a talented woman. I really support you." 그녀가 앞으로 남은 2차 인터뷰, 3차 관문까지 통과해서 부디 끝까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여자로서, 그 어떤 꿈을 품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안아라의 결심과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오늘 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행운아였다.
그래서 오늘 간식은 내가 쐈다. 멋진 그녀 안아라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