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별 Mar 26. 2019

프로 변비러의 똥 잘 누는 법

'쾌변'하고 계십니까?

   

오늘도 사흘 째, 감감무소식. 


나에게 사흘이란 날짜는 어떤 기준점이다. 잘하면 이틀마다, 적어도 사흘째 되는 날 화장실을 가는데, 만약 사흘을 넘어서게 되면 좀 위험하다고 보면 된다. 나흘 째부터는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 화장실 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좋다. 아예 일주일까지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무슨 얘기냐고? 변비 얘기다.


잠깐, '나'는 누구인가. 왜 갑자기 나타나서 '똥', '변비'란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인가. 부끄럽지도 않나 보지, 다른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이 글을 볼 수도 있을 거란 생각 따윈 안중에도 없는, 매너가 없는 사람인가 보지? 그렇다. 나는 남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 배가 차오르고 묵직한 느낌으로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어서 이 기분을 떨쳐내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나는 변비인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쾌변 할 수 있는가, 똥 생각을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하는 사람이다. 




어느 정도 대화가 오간 상태이면, 나는 똥밍아웃을 한다. 솔직히 말해서 똥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나의 최대 고민 중 하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와 친밀감이 생기는 듯하다. 그래서 말인데 브런치에 똥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 아니라 '분명히'일 것이다, 분명.


먼저 변비의 용어 정리를 하고 가야겠다. 내가 정의하는 변비란, 하루에 한 번 화장실을 가는 상태가 아닌 것을 말한다. (정상인의 기준을 하루에 한 번 똥을 누는 것이라 치자. 똥을 잘 누는 사람들은 하루에 두 번, 어떤 이들은 밥을 먹을 때마다 화장실을 가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하루에 한 번 똥을 누는 게 과연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가? 이렇게 변비인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변비에는 불규칙 변비가 있고 만성 변비가 있는데, 매일 똥을 누다가 가끔씩 변비인 사람들은 불규칙 변비, 매일 똥을 못 누다가 가끔씩 더 오래 변비 상태가 계속되면 만성 변비다. 다만 만성 변비인 사람들도 신경을 써서 관리하면 매일 똥을 누기도 하는 호사(불규칙 쾌변 상태)를 누릴 때가 아주 가끔 있다.       


변비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불규칙한 식습관이다. 아는데, 알면서도 사실 제일 고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만 해도, 아침을 따로 먹지 않고 나가서 점심을 제대로 된 밥 한 끼 겨우 먹고, 그 뒤로 또 카페에서 머핀 등으로 때운 후 저녁을 거르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김밥이나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곤 한다. 하지만 삼시 세 끼 밥을 제 때 밥 같은 밥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두 끼라도 제시간에 먹을 수 있다면 변비를 반은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튼 자신이 변비의 범주에 들어가고 불규칙한 식습관을 고칠 수 없다면 정말이지 기타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변비를 해결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온다. 이때 도움이 되는 우리의 친구들을 소개하겠다. 아래의 해결사 친구들은 모두 다 주관적인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참고만 하기 바란다. 개개인마다 해결사 친구들은 다를 수 있으므로 여러 시도를 해 보고 자신만의 친구 풀을 만들기 바란다.    

 

‘유산균’ 친구 – 언젠가 똥을 누고 싶다면


언제든 요구르트를 섭취해주면 언젠가 효과가 나타나리란 믿음을 가져보길 바란다. 별로 급하지 않을 때 추천한다. 특히 액티비아와 쾌변, 이것들은 정말 그 효용은 오로지 ‘변비 해결’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가리스, 덴마크 요구르트, 떠먹는 요구르트 등 온갖 요구르트를 다 먹어봤는데, 결론적으로 액티비아와 쾌변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요구르트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부터 속이 꾸룩꾸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리만 들리고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들지만 화장실은 죽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 같은 사람. 그럴 땐 이 초심자의 단계를 넘어선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 요구르트 하나로 변비가 해결된다면 사실 변비라고 말할 수도 없다.)     


‘새벽에 먹는 뜨거운’ 친구 – 아침에 똥을 누고 싶다면


새벽같이 먹는 밥, 또는 뜨거운 커피는 아침에 효과 만점이다. 내 경험으론 아침에 6시 이전에 일어나서 곧바로 밥을 먹어주면 출근하기 전 8시 이전에는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나는 또 뜨거운 블랙커피를 머그컵 한 잔 가득 마시면 한 시간쯤 뒤에 화장실을 가곤 했는데 이 방법은 어머니께서 빈속에 커피 마시는 거 아니라고 너무 걱정하시길래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다.) 뜨거운 믹스커피를 마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방법은 내가 시도해봤을 때 반반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 아마 믹스커피 한 봉지로 타 먹을 수 있는 양이 너무 적어서일 것이다. 뜨거운 국을 한 사발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아침에 사과를 먹으면 화장실을 간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경우에는 매일같이 사과를 먹어도 화장실을 간 적은 별로 없었다. 좀 더 오래 씹고 공기를 많이 들이켤 수 있는 ‘밥 먹기’와, 또는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차 또는 국물'을 섭취해줘야 장운동이 활발해지는 것 같다.     


‘좀 많이 먹는’ 친구 – 똥을 설사하듯 누고 싶다면


키위, 미역국, 땅콩을 한꺼번에 많이 먹어보라. 그러면 그 뒤로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사실 변비 해결책으로 염두에 두지 않고 무심코 많이 먹었다가, 화장실을 줄기차게 간 뒤로 ‘도대체 왜 이러지?’라며 반문해본 결과, 알고 보니 유별난 이 음식들 때문이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던 것들이다. 


키위는 어머니께서 소고기를 재 놓을 때 연하게 하려고 쓰는 과일이기도 하다.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에 효과가 있는 것이라서 그런지 한 번에 세 개 이상 먹으면 그게 장 안에서도 효과 만점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미역국은 미역이 집에 너무 많아서 미역무침, 미역국을 하루 종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자꾸 화장실을 가게 됐다. 미역을 많이 먹으면 냄새가 나지 않고 쾌적한 녹색 똥을 눌 수 있더라는 점 때문에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는 방법이다. 땅콩은 삶은 땅콩을 먹어야 하는데, 땅콩을 국그릇으로 한 그릇 정도 되는 양을 한 번에 먹었을 때 화장실을 줄기차게 가는 효과가 나타났다.      


기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음식들 – 치아 시드, 다시마물, 푸른, 까만 바나나 


이 음식들은 나에겐 별로 효과가 없었지만 주위에 많은 이들의 경험담을 통해 효과가 반은 검증된 음식들이다. 치아시드와 다시마물은 효과가 좋다고는 하는데, 그 자체로만 먹기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덜 급한 모양이다.) 한편 푸른 은 요구르트와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너무 달달하고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게 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까만 바나나도 마찬가지인 게, 너무 맛있어서 한 개로는 양이 안 차서 두 개 세 개, 너무 많이 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 양에 비례해서 화장실을 더 자주 가게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않더라는 결론이다.          

 



이상의 방법들은 아까도 말했듯이 개인적으로 변비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 제 나름 터득한 것들이다. 이것이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건지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부작용을 염려해 남들이 그토록 추천하는 생유산균도 먹지 않고 다이어트 보조제 또한 먹은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나마 안전하고 실생활에서 유용한 방법으로 변비를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방법들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글을 쓰면서 나는 한 번도 웃지 않았다. 꽤 진지하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심각하게 변비인 사람들에게 변비는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웃기려고 쓴 건 아니지만, 사실 웃겨도 상관은 없을 것 같다. 부디 누군가에게는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ㅡ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전국의 변비러들에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부디 쾌변 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백수의 소개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