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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공감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고 싶은가?

일상 공감_<시지프스: THE MYTH> 시청 소감

by ALONE

인류는 과학 기술로 많은 것을 이루었다. 인간의 오랜 꿈이었던 불로장생의 가능성마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썩지 않는 기계 몸에 뇌의 기억을 이식해 영생을 누리는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눈부신 성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판타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시간 여행이다. 현재의 시간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면 어느 시점으로 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을까? 아무래도 과거로 향하는 인파의 행렬이 더 길게 늘어서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서 일어났던 일을 되돌릴 수 있다면 자연스레 현재와 미래도 원하는 모습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나는 미래 지향적이기보다 과거 회귀적인 성향이 강해 대리만족 차원에서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 열광하는 편이다. 최근 시간 여행, 즉 타임 슬립을 다룬 드라마가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JTBC의 <시지프스:THE MYTH>, OCN의 <타임스>, KBS2의 <안녕? 나야!> 등 세 편이 비슷한 시기에 시작돼 방영 중이다. 이중 <안녕? 나야!>는 취향이 아니라서 패쑤~하고, <시지프스>와 <타임즈>를 부지런히 보고 있다.


특히, 믿고 보는 조승우 배우와 박신혜 배우가 나오는 <시지프스>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본방 사수 중이다.

지난주까지 총 4회가 방영됐는데 타임 슬립 물에서 꼭 해결해야 할 '타임 패러독스(Time Paradox, 시간 역설)'를 나름 매끄럽게 처리한 점이 흥미로웠다. '타임 패러독스'란 시간 여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역설적인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현재의 '나'가 과거로 가서 '나'를 만나면 현재의 '나'의 기억이 달라지거나 과거를 바꾸는 과정에서 현재에 살아 있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현재와 미래가 모두 바뀌는 상황 등을 모순 없이 개연성 있게 풀어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가 머리 회전이 그다지 빠른 편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대표적으로 영화 <콜>의 경우 후반부에 과거가 바뀜으로써 주인공들이 죽었다가 살아나고 정신없이 바뀌는 설정 때문에 한참 재미나게 보다가 '뭐가 이리 복잡해'했다는... 비교적 최근에 본 영화지만 기억에 남은 건 전종서 배우의 사이코패스 연기가 소름 끼치게 좋았다는 것뿐 어떻게 영화가 끝났는지 잘 모르겠다.


<시지프스>에서는 미래의 '나'가 현재로 와서 '나'가 2명이 되면 서로의 기억이 합해지고, 어느 순간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는 설명으로 '타임 패러독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천재지변 혹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신비한 힘에 의지해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설명한 부분도 꽤나 설득력 있고 흥미롭다.


출처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오래전에 어느 책에선가 순간 이동에 관해 비슷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기계 안에서 빛의 속도로 물체를 회전시켜서 원자 단위로 쪼갠 다음 지정한 곳으로 보내는 기술이 개발되는데 볼펜처럼 구조가 단순한 무생물은 성공하고, 생물은 나중에 합체될 때 원래 모습대로 합체가 안 되고 몸통에 다리가 붙거나 발바닥에 머리가 붙는 식으로 기괴하게 이동이 된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책에서는 쥐로 실험을 했는데 산산조각이 났나 그랬던 것 같다. <타임즈>에서도 나름 몇 년 전 발생했던 통신사 기지국 화재 사건을 모티프로 과거와 연결된다는 설정을 보여주긴 했는데 <시지프스>에 비해서는 마~이 약하다.


배우와 스토리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시지프스>는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하지 못해 재미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 마음 붙일 만한 드라마가 없어서 제발 재미있어져라 하고 빌고 있는 중인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그 '단속국'을 좀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다. 일부러 웃기려고 과하게 설정한 건데 내가 눈치를 못 챈 건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4회에서 주인공들을 추격하는 어설픈 단속국 때문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특공부대까지 몇십 명을 동원했는데 왜 집 뒤쪽은 안 지키고 있다가 주인공들 창문으로 다 도망간 다음에 뒤늦게 아뿔싸 하는 표정이라니. 허술해 보이는 현관문을 여는데도 보기에도 거추장스러운 기구를 동원하질 않나 유리로 훤히 안이 들여다 보이는데 내시경 카메라로 안을 살피지를 않나. 백주대낮에 총격전이 벌어지는데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시민이 달랑 두 명이라든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장면들이 '대충 어떤 느낌 알지?' 하며 흉내만 내는 식으로 안일하게 연출되고 있어 아쉬움이 하늘을 찌른다. 단속국의 어이없는 추격신에 대부분의 방송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탓에 전개할 스토리가 더 이상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어설픈 추격극은 이제 제발 그만, 주인공들의 탄탄한 연기와 재미난 스토리로 승부수를 띄우길 바란다. 5,6회는 제발 좀 재밌게 좀 가즈아~


참, 드라마를 보면서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나는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해봤다.

학창 시절로 가면 공부를 다시 해야 해서 좀 그렇고, (다시 한다고 달라진다는 보장이 없...ㅋ)

음.... 그렇다면 20대? 30대?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 그냥 올해 1월 1일로만 다시 돌아가도 좋겠다!(3월 2일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모처럼 푹 쉬는 지난 두 달 동안 난 대체 뭘 했는지, 잠만 늘은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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