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감이라는 은은한 높이에 대하여
우월감은 언제나 높은 자리에서만 태어나는 감정은 아닌 듯하다.
어떤 날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막처럼
사람의 표면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비싼 와인에서만 깊은 향이 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값싼 병에서도
먼저 튀어 오르는 과실 향이
자신을 더 크게 보이게 하기도 한다.
우월감은 성공의 광택 속에서만 생겨나지 않는다.
누군가보다 조금 더 알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조금 더 세련되었다고 믿는 순간,
정해진 규범 안에 내가 잘 서 있다고 여기는 순간 —
그때
은근한 산미 하나가 올라온다.
날카롭기보다 분명한 결.
직접적으로 상대를 향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높이를 만든다.
“나는 저 사람보다 조금은 낫다.”
그 생각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부드럽게 웃는다.
배려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그 감정은 스며든다.
참아주었다고,
이해해 주었다고 말하는 사이
보이지 않는 선 하나가 그어진다.
이쪽과 저쪽.
와인에서도
지나치게 강한 오크 향은
때로는 나무의 흔적을 과하게 남긴다.
산미는 존재를 또렷하게 하지만
지나치면 입안을 조여
다른 층이 스며들 자리를 비워두지 않는다.
우월감도 그렇다.
처음에는 자신을 보호하는 감각처럼 느껴지지만
점점 하나의 높이에만 머물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타인의 결이 충분히 열리지 않는다.
완전히 안정된 향은
자신을 과장하지 않는다.
인간은 각자의 기후 속에서 익는다.
어떤 해는 풍성하고
어떤 해는 혹독하다.
그 차이를 생각하는 순간
우월감은 조금 묽어진다.
그리고 남는 것은
비교가 아니라
서로 다른 향에 대한 호기심이다.
어쩌면 성숙이란
자신의 향을 증명하지 않아도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