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빛을 지닌 존재들
사람은 저마다 다른 빛을 지니고 태어나는 듯하다.
그 빛은 태양처럼 찬란하기보다
늦은 오후 창가에 머무는 빛처럼
조용히 사물의 표면을 어루만진다.
어떤 이는 환하게 퍼지고,
어떤 이는 깊은 곳을 오래 비춘다.
보이지 않아도
빛은 이미 그 자리에 있다.
같은 포도나무라도
받는 햇살의 시간과 바람의 결이 달라
익어가는 속도가 달라지듯,
같은 시대를 살아도
사람마다 품은 온도와 결은 다르다.
내게는 가벼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긴 숨을 고르게 하는 시간이 되고,
타인의 자연스러운 재능이
나에게는 쉽게 닿지 않는 높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와인도 그렇다.
어떤 병은 코르크를 여는 순간 향이 환하게 열리고,
어떤 병은 잔 안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신의 결을 풀어낸다.
강렬함이 깊이의 증거는 아니고,
섬세함이 부족함의 표시는 아니다.
다만 다른 결, 다른 균형일 뿐이다.
어떤 이는 세상을 넓게 비추고,
어떤 이는 한 사람의 마음을 깊이 밝힌다.
그 빛의 방향은 다르지만
덜하거나 더하지 않다.
어쩌면 성숙이란
타인의 빛을 평가하지 않는 눈을 가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빛이 내 기준에 닿지 않는다고 해서
흐리게 바라보지 않는 상태.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소중하지 않은 빛은 없다는 것을.
존재는 이미 충분하다는 것을.
각자의 빛이 서로를 비추는 순간,
우리의 빛은 조용히 더 밝고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