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France: 인천에서 시작된 작은 사치

by 김풍류

샌프란시스코행 일등석을 탔던 건, 인생에 한 번쯤 있을 법한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파리행. 두 번째 탑승이라니, 여전히 낯설고도 어색하다.

사노비 신분으로 연간 열 번은 공항을 드나들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면 늘 같은 감정이 든다. 익숙함과 설렘 사이. 이륙을 앞둔 마음이 먼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지난번엔 출근 후 허겁지겁 도착해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탑승 네 시간 전, 누구보다 먼저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만큼은 여유를 누려보기로 했다.

일등석 체크인 카운터 앞에 서는 순간, 마음 안쪽에서 조용한 축제가 열린다. ‘퍼스트 클래스’라는 단어 하나로 묘하게 어깨가 펴지고, 전날의 피로도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라운지는 얼마 전 새로 단장되었다고 했다.
낯선 입구, 은근한 조명, 정제된 가구들.
그 모든 게 고급스러움보다는 절제된 우아함에 가까웠다.

생각보다 조용했고, 마치 나를 위한 공간처럼 한적했다.
직원 두 명이 동시에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조용한 응대, 부드러운 눈빛.
내가 가진 동란에 피난 가는 듯한 짐들이 다소 초라하다는 생각은 잠깐 들었지만, 누구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저쪽에서 음료와 다과를 즐기며 기다려 주세요.”
단정한 말투. 그 순간, 이상하게 긴장이 풀렸다.

자리에 앉아 탄산수를 한 모금 마셨다.
괜히 컵을 멋스럽게 들어 올려보다가, 그만 손을 미끄러뜨렸다.
탄산수가 테이블 아래로 흘렀고,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반사적으로 말했지만, 직원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치울게요.”

나는 조금 더 미안해졌고, “제가 할게요”라 했지만,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
“이건 제 일이니까요.”
그 말은 이상할 만큼 위로처럼 들렸다.

조용히 라운지의 다른 자리를 찾아 앉았다.
열 몇 개의 테이블이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로 느릿한 시간이 흘렀다.
우아함에 익숙하지 않은 몸짓.
그럼에도 잠시나마 그 분위기 안에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따뜻했다.

곧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번 여행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다만, 탄산수는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다.
다음 잔은 좀 더 단단히 잡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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