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기로 했다. 뭐 거창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어느 순간부터 기록하는 삶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필요하다고 느꼈다.
요즘 부쩍 예전 사진들을 자주 들춰보곤 한다. 사진 한 장에 묻어있는 그때의 공기나 분위기 같은 것들이 툭 튀어나올 때면 기분이 참 묘하게 몽글거린다. 참 좋긴 한데, 한편으론 좀 허무하기도 하다. 결국 사진이 없으면, 혹은 그 찰나의 기록이 없으면 내 소중한 시간들도 결국 한계가 있는 기억 속에 갇혀 사라질 테니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겨두기로 했다.
일기의 첫 장을 넘긴 오늘이 나름 기념비적인 날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껍데기만 보면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이다. 굳이 무거운 의미를 덧칠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손 가는 대로 적어 내려갈 뿐.
요즘 내 화두는 '열심히'보다는 '삶다운 삶'에 가깝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치열함 말고, 적당히 바쁘면서도 적당히 스트레스받고, 또 때로는 적당히 불편하기도 한 그런 감각들.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는 이 루틴들이 단순히 나를 채찍질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적당한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난 내 인생에 꽤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은 미래라는 놈이 슬며시 걱정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나 혼자라면 대충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그만인데, 이제는 내 등 뒤에 있는 가족들, 그리고 앞으로 긴 시간을 함께할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나만의 만족을 넘어, 누군가에게 기댈 구석이 되어줄 수 있는 조금 더 건설적이고 유용한 삶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달까.
결국 이 일기는 내 삶을 정리해보려는 나만의 작은 안간힘 같은 거다. 두서없고 투박한 시작이지만, 어쨌든 이게 내 나름의 출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