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머물렀던 하루

여름이 왔다가, 여름이 갔다

by 김풍류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줄곧 개를 키웠고, 개와 교감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여름이는 내 삶에 예정에 없던 계절이었다.


여자친구를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던 어느 여름날.

학교 담벼락 아래,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작은 생명이 있었다.

한쪽 눈은 부어오르고, 다친 듯 잘 뜨지도 못한 채

그 아이는 계속해서 나를 향해 울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물티슈와 우유, 통조림을 사 와 조심스레 닦이고 먹였다.
그러자 아이는 조금씩 숨을 고르듯 안정을 되찾았다.
경비 아저씨는 어미가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 손을 타서였을 거라고.
그 어린 것이, 홀로 버려져 더운 아스팔트 위를 떠돌다가 마지막으로 그 작은 손을 내민 사람이 나였다는 걸,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여자친구가 시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 나는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자꾸만 그 아이가 눈에 밟혔다.

결국 차를 돌렸다.


이름도 없이, 계획도 없이, 그 아이는 내 품에 들어왔다.

병원에 데려가니 다행히 큰 병은 없었다. 다만, 몸은 말라 있었고 눈은 아직 반쯤 감겨 있었다. 수액을 맞추고, 진료비로 10만 원이 들었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내가 기운을 불어넣은 것처럼, 아이는 작고 가늘게, 나를 향해 울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울음은 확실히 나를 부르고 있었다.


며칠만 임시보호를 하자고 생각했다.

입양처를 구하러 SNS와 고양이 카페에도 글을 올렸다.

그런데 그 며칠 사이, 나는 그 아이를 따라 걷고 있었고, 그 아이는 내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여자친구가 먼저 이름을 지어주었다.

여름.

여름의 한가운데, 그렇게 우리 앞에 나타난 아이였기에.

그리고 그 이름이 참, 잘 어울렸다.


마침내 임보처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여름이와 하루만 더 함께 있고 싶었다.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조수석에 앉아 새근새근 잠들어 있던 작은 생명.

나는 손을 뻗어, 그 아이를 한없이 쓰다듬었다.


여름이는 너무 작고 연약하면서도,
눈빛에서 묘하게 단단한 생의 의지가 느껴졌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조심스레 눈을 뜨며 세상을 바라보던 그 순간들, 너무 어린데, 이미 많은 걸 견딘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여름이에게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다.

우리 집 2층 작은 방에, 여름이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1층에는 시베리안 허스키 ‘랑이’가 있었기에 격리 공간이 필요했다.

단 하루뿐이라도, 이 아이가 안전하고 평안하게 지내길 바랐다.

그러나… 그 하루도 채우지 못했다.


잠깐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누나가 2층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다.

랑이가 올라갔고, 여름이를 발견했다.

목덜미를 물었다.

심하게 물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여름이는 그 순간, 그대로 멈춰버렸다.


나는 방 안에 있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짧고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귀로 들었지만, 심장으로 먼저 알아차렸다.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걸.


달려나갔을 때, 여름이는 이미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그대로 무너졌다. 병원에 데려갈 틈도 없이,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어른이, 삼십 대의 남자가,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엄마와 누나가 상황을 수습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여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이제 막 살아보겠다고, 나에게 온 아이였다. 그 아이를 결국 내 손으로 보냈다는 생각은, 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나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랑이도, 누나도, 아무도.


단지 나 자신이 너무 미웠다.
그 아이는 살고 싶어서 나를 향해 걸어왔는데,
나는 결국 그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가혹하게 나를 짓눌렀다.

그 아이가 나를 믿었기에, 그 아이가 나를 마지막 선택지로 삼았기에.


그날 밤, 나는 무너졌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아려오고,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름이의 마지막 순간이, 끝없는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회사에서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결국 반차를 내고 나왔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이 집에서 더는 살 수 없겠다고. 여름이가 있던 그 자리, 그 아이가 울던 숨숨집, 그 아이의 물그릇 하나조차 견딜 수 없었다.


한 달 안에 짐을 싸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세웠다.

여름이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해주자고.


그렇게 만난 것이 후추와 서리였다. 성당 주차장에서 구조된 고양이 가족 중 두 마리. 후추와 서리는 내가 지키기로 한 두 번째 여름이었다.


나는 아직도 여름이를 떠올린다. 여름이는, 정말 예쁜 아이였다. 그 작은 몸에 여름 햇살도, 먼지 바람도, 믿음도, 다 들어 있었던 아이. 그리고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마음을 내어준 사람이, 나였다는 사실. 그 짧고 찬란했던 인연이 남긴 온기와 상실. 여름이는 떠났지만, 그 여름의 마음은 나를 바꿔놓았다.


나는 여름이의 선택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안긴 품이, 그래도 따뜻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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