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다시, 라디오에
유희열의 목소리를 라디오에서 다시 들었다.
오랜만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익숙하고 편안했다. 배철수 음악캠프의 스페셜 디제이로 돌아온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변함없었다.
예전처럼 한 곡 한 곡, 이야기를 덧붙이고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는 방식. 그가 라디오를 떠난 시간이 무색할 만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반가워했다. 예전의 라디오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 감성을, 그 말투를, 그 선곡을 그리워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랬다.
물론 여전히 말이 많았다. 좋은 말도, 아픈 말도, 여전히 따라온다. 무언가를 한 번 잃고 나면 그 전처럼 바라봐주지 않는 시선들이 늘 생긴다.누군가는 여전히 조심스럽고, 누군가는 여전히 단정적이다.
사실 그 일은 나에게도 오래 남아 있는 안타까움이다. 창작자에게 영향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존중하고, 어떻게 드러내는가다. 그리고 유희열은 항상 그 과정을 솔직하게 나눠온 사람이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그 안에서 다른 음악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엔 유희열만의 감정과 언어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물론 모든 감정은 각자의 몫이고, 누군가에겐 용서보다 판단이 먼저일 수 있다. 그렇기에 더 조심스럽다.
다만 나는, 그가 그동안 음악을 라디오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알고 있고, 그곳들을 통해 위로받아온 입장에서 그 시간들을 쉽게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그가 다시 음악으로, 말로, 라디오라는 공간 안으로 돌아와 줬다는 게.
그의 라디오는 여전히 내 감성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밤을 견디게 해준 선율,
계절을 기억하게 해준 목소리,
그리고 조용히 위로하던 시간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특유의, 중산층의 안락함이 스며든 여유에서 비롯된 농담과
의식하지 않은 듯 던지는 재치.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다가, 결국 웃게 만드는 그 유희
그가 남긴 감정들은 지금도 내 안에 조용히 살아 있다.
잠깐이었지만, 다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조심스레 돌아온 그가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라디오를 채우고 있다는 게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