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무게

by BiBi

등이 굽으셨어요, 아버지
가난보다 더 무거운 짐가방을 지고
자전거에 기대어 하루를 출발하시던 그 뒷모습.


한여름의 땀, 한겨울의 바람 속에서도
일터로 향하는 발길은
언제나 무겁고, 언제나 단단했죠.


나는 몰랐어요.
그 무뚝뚝한 말끝마다
사랑이 묻혀 있었단 걸.
그 차가운 눈빛 속에
어쩌면 나를 향한 미련한 응원이 있었단 걸.


내 어린 마음은
왜 그리도 당신을 미워했던 걸까요.
도끼의 날보다도, 고함보다도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던
당신의 무력함이 더 무서웠나 봐요.


그런데도 기억나요.

항상 식은 밥을 드시던 아버지,
작은 옷 하나도 오래 입던 그 분,
나만은 따뜻하라고, 부뚜막 가장 가까운 자리를 내주시던 아버지.

떡볶이를 해주시다 손목에 심한 화상을 입으셨는데도

병원비 걱정에 꾹꾹 참고만 계셨던 그날의 아버지...


이제야 알아요.
말보다도, 선물보다도,
등 휘도록 짊어진 삶 그 자체가
당신의 사랑이었음을.


나는 아직,
당신을 온전히 용서하진 못했지만
조금씩, 천천히,

그늘 아래 있던 사랑을 꺼내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준 상처 속에서도
나는 살아남았고,
당신 덕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빠,
그 이름은 아직도 무겁지만
그 무게만큼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비비로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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