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날들

by BiBi

나는 지금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을 걷고 있다.

처음엔 두려웠던 어둠이

이젠 나의 공기가 되었다


해야 할 일들은 머릿속에 선명한데
손끝은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조용히 무너진 채 가만히 앉아 있다.


운동, 독서, 성장, 나아감—
이름만 들어도 눈이 시린 말들.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에겐
너무 환하고, 너무 무겁다.


언제부턴가
원하는 것이 없어졌다.
바라보던 것도,
가슴 뛰던 것도
조용히 사라졌다.


나는 오늘도
그저 숨을 쉬며
아무도 없는 터널을 걸어간다.

멈추지 않기 위해,
쓰러지지 않기 위해.

어디쯤
빛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젠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걸음을 멈추지 않는 나 자신,
그 자체로 살아 있음이니까.


비비로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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