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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경 Dec 10. 2023

학교의 필요성과 자퇴, 어른의 관점과 학생의 관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자퇴한, 교육학 전공자의 학교 관찰기

이 긁을 읽고 계신 당신은 어른이신가요, 학생이신가요?  
당신께서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육 업게에서


그랬던 시절이 지나 나는 대구교육대학교에 입학했고, 초등학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금은 학교에는 있지 않지만  일하고, 많은 청소년을 상담하고 있다. 나는 학교가 왜 필요하고,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학생들에게 해야 하는지 많이 배운 축에 속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은 학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학교가 청소년들에게 필요하다고 믿고 또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나야 학생 때는 학교 무용론에 휩싸여보았고, 나이가 들어서는 학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학교의 필요성을 일정 부분 알게 되었으니 상당히 밸런스 있게 이 주제를 바라볼 수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 자퇴에 대해 상담을 오는 경우의 다수가 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폭넓은 시각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어른은 어른 대로, 청소년은 청소년 대로 너무 협소한(혹은 편협한) 시각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들은 가정 안에서 자퇴에 대해 상호 간에 충분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져 상담을 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어른들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 자퇴를 비롯한 다양한 학교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넓게 보고 이야기해 보길 권한다. 우리는 다양한 대화가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평소에 알고 있지만, 자퇴를 비롯한 학교 문제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른들에게 학교를 다닌다는 것, 그리고 학교 생활에 성실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처럼 느껴지기 쉽다. 현재 어른 세대가 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학교란 매우 강압적인 곳이었고, 충분한 사교육 시장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았기 때문에 학교교육에서 벗어난다는 것의 리스크도 매우 컸다. 그렇기에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위험한 선택이었고, 그랬기에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본 경험 또한 훨씬 적을 것이다. 또한 어른들이 봤을 때 지금의 학교는 어른들의 세대보다는 훨씬 편해 보이기까지 하니, 어른들의 입장에서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둔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일 수 있다.


또한 현재 어른 세대는 현재 청소년 세대보다 공동체에 대한 의식과 참여가 뚜렷하고, 소위 '대학'으로 대변되는 학벌이 사회적 지위로서 효과적으로 작용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단순히 어른이 되어서 경제활동을 해나가는 것을 넘어서, 경제의 흥망성쇠 속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학벌'이라는 권력이 작용하는 것을 다른 세대보다도 명확하게 바라봤을 개연성이 크다.


이런 모든 점들을 종합했을 때 어른들은 학교의 필요성을 매우 크게 느끼고, 반면에 학교를 그만둘 필요성 및 개연성은 매우 적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은 어떠한가. 지금의 학교는 상당히 자유로워서 학생들이 '학교'란 단어에 대한 구속력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사교육 시장이 잘 갖춰지고 학업의 전략적 선택으로서 자퇴 또한 일부 영역에서 주목받으며 자퇴가 리스크도 존재하지만 합리적인 선택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코로나에 대한 경험과 온라인의 발달, 가족 규모의 축소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개인주의 경향이 강화되었다. 또한 '학벌'의 사회적 권력이 과거보다 축소되고 실력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고, 실제로 학벌이 없더라도 일정 수준의 기능만 있으면 학생 시기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주변인을 접하기도 한다. 또한 아직 '학벌' 혹은 '고도의 학습'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또래집단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른 세대가 느끼는 것보다 '학교'를 비롯한 '학벌'까지의 필요성을 매우 적게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학교의 필요성과 자퇴에 대한 관점은 이토록 세대에 따라서 갈린다. 이는 특정 개인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시대의 담론이자, 극복할 수 없는 삶의 시간에서 나오는 한계이다.

자퇴의 갈림길에, 혹은 학교와 관련한 문제들에 깊은 고민과 대화의 크레바스에 빠져있다면 학교의 필요성에 대해서 서로의 이해가 부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부합하지 않는 점이 있다고 하면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각자가 갖고 있는 내용을 최대한 맞춰보도록 하자.

맞춰지지 않는다면 상호 간에 최대한 설득해 보고, 

만약 맞춰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적 인식을 넘어서 감정의 공감과 동화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

그랬을 때 이전보다 더 나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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