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사진 @ 쿠바 산타클라라공공도서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을 때 불편한 게 하나 있다. 아니 두 개 있다. 하나는 책등에 붙어 있는 청구기호 라벨이 출판사 이름을 가리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커버가 홀딱 벗겨져 있다는 점이다.
나는 책을 제목이나 저자 이름으로도 찾지만 출판사를 보고 찾기도 한다. 출판사마다 주력하는 주제 분야가 다르고, 같은 분야라 하더라도 책에 담은 내용의 깊이가 다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출판사마다 책의 완성도 또한 엄청나게 다르다. 책 좀 읽은 사람들은(그렇다고 내가 책 좀 읽은 사람이라는 건 아니다.) 다년간의 독서 경험을 통해 각자 자신의 기호에 맞는 출판사를 십여 개 정도 추려놓고 지낸다. 그렇다 보니 특정 주제의 책들이 배열되어 있는 서가에 서서, 나에게 맞는 재미도 있고 질도 좋은 책을 고르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출판사 이름을 보는 것인데, 도서관에서는 그런 방법으로 책을 고를 수가 없다. 청구기호 라벨이 출판사 이름이 인쇄되는 위치, 책등 하단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라벨을 떼어내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느라 많은 힘이 든다.
또 하나, 내가 인터넷으로 찾은 책을 도서관에 가서 찾았는데 그 책이 그 책이 아니어서 황망한 때가 가끔 있다. 분명 인터넷으로 본 책은 알록달록했는데 도서관에서 찾은 책은 단조로운 무채색이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정리하면서 띠지와 책커버, 때로는 부록으로 딸려 오는 이용 가치가 없어 보이는, 그러나 예뻐서 그저 소장하고 싶은 무지노트 등을 가차 없이 버린다.(그렇게 버려진 노트는 내가 감사히 주워다 쓴다.) 띠지는 그나마 이해한다. 어차피 출판사에서 최저 비용으로 책을 홍보하고자 만든 거니까. 내가 개인적으로 책을 사서 읽을 때도, 나는 띠지를 책 읽는 동안에만 책갈피로 사용하다가 책을 다 읽고 나면 버리는 유형의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책커버는 다르다. 책커버는 책의 내용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이 들어간, 책의 일부이다. 대개 양장본에 씌어 있는데, 커버를 벗긴 양장의 표지는 무채색의 뻣뻣한, 시무룩하다 해야 할지 화가 난 것 같다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표정을 가진 표지이기에, 감정적으로 책을 읽고 싶은 동기가 잘 일어나지 않아 독서 열기를 떨어뜨릴뿐더러, 내가 알고 있는 책과 달라 속임수에 넘어간 듯한 괘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 책은 내 책이 아니고 도서관 장서인 것을. 이쯤에서 이용자가 아닌 사서로 돌아와 도서관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료들로부터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하자면, 그렇다. 도서관은 ‘모든 책은 이용을 위한 것’이라는 도서관이 가진 본질적 철학에 따라, 이용자들이 최대한 책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애면글면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장서를 잘 관리해야 하는 책무도 완수해야 한다. 책커버에 등록번호 바코드와 청구기호 라벨을 잘 붙여놓았는데 어떤 몹쓸 이가 책커버를 살포시 벗겨 서가에 꽂아놓고, 알맹이인 책만 쏙 들고나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자료 분실이며, 곧 이용자의 독서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 더 큰 과오이다. 청구기호 라벨을 부착하는 위치도 그렇다. 잠시 책을 덮고 책등을 보자. 책등 어디에 2.5cm의 라벨을(색띠 라벨까지 더해지면 4cm의 라벨을) 붙일 수 있단 말인가. 책등 상단에 붙이면 제목이 가려질 것이오, 중간에 붙이면 저자 이름이 가려질 것이다. 그리고 책등 중간에 붙어있는 청구기호 라벨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그로테스크하다) 그렇다고 표지 안쪽으로 자리를 옮긴다면 한 권의 책을 찾기 위해 수십여 권의 책을 뽑아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혹시 나처럼, 도서관 청구기호의 부착 위치나 책커버가 벗겨진 도서관 장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도서관의 입장도 좀 이해해 주십사 간곡히 청해 본다. 그럼에도 이런 게 다 싫다면 방법은 하나, 직접 사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