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opopo lett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꽃 Jul 06. 2023

우리의 아주 특별한 안부 인사

우간다에서 전기가 나가는 일은 예삿일이다. 며칠씩 나가는 날에는 냉장고의 식재료를 모두 꺼내 빠른 시일 내로 처리하는 게 일인데, 냉동고에 얼려둔 고기들로 이 집 저 집 초대해 고기파티를 열기로 하고, 주변 가정에 음식을 나눠주는 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최근 한 가정서 4일째 전기가 안 들어온다며 식재료를 모두 꺼내 요리하는 데 시간을 다 쓰느라 곤하다고 했고, 그리고 밀린 빨래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핸드폰 배터리도 조금 남은 상태에서 연락이 닿았다.


그때만도 우리 집 전기 사정이 좋았기에, 일단 밀린 빨랫감부터 가지고 오라고 연락을 남겼다. 그러면서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자고 했다. 그런데 그 일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우리 집 전기가 ‘다음 차례’라도 된 듯 나가게 된 거다.


전기가 나가면 음식물 처리부터 쌓여가는 빨랫감 때문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래도 전기는 단수에 비하면 언제나 감사하다. 단수일 때는 화장실과 설거지 거리로 불편함을 넘은 불쾌지수가 최고에 이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간다에서 정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지만, 그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상이 되었기에 또 그에 맞게 우리는 그날을 산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오늘은 전기 들어왔어요? 어서 전기가 들어오기를, 내일도 정전이면 연락 주세요.”라며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묻고는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날, 뜻밖의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