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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Oct 15. 2023

대문자 J형 엄마

아이들의 한 주 방학도 오늘과 내일이면 끝이다. 사진은 월요일부터 5일간 아이들이 해내고 체크한 것들이다.

단 5일이었다. 마음껏 보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토요일인 오늘마저도 아이들은 “엄마, 오늘은 왜 체크리스트가 없어?” (사실 토요일은 쉬게 하고 싶어서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급하게 메모지에 적어줬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완료하고 지워나갔다.


오늘이 아니었어도 이미 5일간의 기록이 대견해서 토요일인 오늘 점심 식사만큼은 외식으로 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눈뜨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하나씩 진행 중인 아이들 모습 때문에 남편도 나도 나갈 준비에 바빠진 것이 사실이었다.


혹 이 글을 통해 ‘엄마가 보통이 아니네. 방학도 짧은데 애들을 학습으로 너무 잡아둔 것 아니냐.’ 할지도 모르겠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자는 엄마를 만난 것이, 대문자 J 성향을 가진 엄마를 만난 것이 어쩌면 아이들에게 고단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 과정으로, 아니 모든 교육 과정에서 안겨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가지다. “꾸준함과 성실함, 알아가는 즐거움.”


마흔을 넘고 보니 인생에서 뭐가 가장 좋았을까를 떠올려 보면, ‘상’이나 ‘합격’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 기쁨이더라... 지금까지의 삶 가운데서 가장 좋았다고 할 수 있는 때를 꼽으라면 작년부터인데, 합격을 위해 매일 준비했던 과정, 뭐든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했던 매일의 순간들, 그리고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여러 사람들을 통해 접하게 된 필요한 정보와 지식들, 그런 것들이 큰 기쁨이라는 것을 배웠고 지금도 경험 중이다.


싫기도, 오늘은 쉬어갔으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엄마로서 왜 모를까. 알지만 질끈 눈감고 가야 하는 때도 있기에 다독이며 6일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덧. 아이들이 일기를 쓸 때면 나도 함께 썼다. 오늘은 아이들이 “엄마가 쓰는 다이어리, 우리도 줘. 우리도 다이어리가 있으면 좋겠어.” 이럴 때 주려고 아껴뒀나 싶어서 작은 노트 두 권을 꺼내 아이들에게 전했다. “그림책 만들어야지.”라며 첫 장에 수박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막내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무엇을 기획했을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내심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_햄버거와 뷰가 맛집인 '골든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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