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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Feb 06. 2024

힘쎈여자 우봉순이고 싶다

아침 6시 50분, 등교 준비를 마친 두 아이가 문을 막 나서려던 시간이다. 지난날 강도가 들어 바짝 긴장케 했던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컴파운드를 지키던 개들의 짖음도 없고 확인해 보니 담너머 가까이서의 작은 다툼 때문에 났던 소리였다.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소리에 자유롭지 못하다. 나도 아이들도.


우간다의 평균 해발 고도는 1,200미터. 그래서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살기 좋은 나라네요.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말이에요." 여기에 주변 국가에 비해 나무와 물 자원까지 있으니 살만한 기후와 자연을 가진 것은 맞는 말일테다. 그러나 긴장을 놓을 수가 없는 것도 맞는 말인지라, 외출 시 가방에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이 얘기는 갑자기 날치기를 당한다 해도 아쉽지 않을 최소한의 것들로만 가방을 챙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제는 차에 오르자마자 도어록 잠금부터 확인하는 일이 습관이 되었고, 카페서 글을 쓰다 화장실에 갈라치면 노트북과 마우스, 노트, 필기구 등 다시 주섬주섬 짐을 싼다. 설마 가져가겠어? 싶지만 100프로다. 밤에 잠을 때는 어떠한가. 잠가야 하는 열쇠만 여러 개다. 사고를 겪지 않았다면, 혹 그랬다면 긴장의 수위가 낮았으려나? 본래 겁도 많은 편이라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어쨌든 사고 후 얻은 트라우마로 24시간 긴장 모드가 되어버렸다.


사실 한국서 직장 생활하던 때와 비교해 보면 오늘 일을 3일 뒤로 미룬다 해도 그 누구 하나 급하게 연락 올 사람도 없고 그만큼 돌리며 살고 있다. 그래서 사유가 가능한데 그에 반해 긴장에 쏟는 에너지의 양이 많으니 참 아이러니다. 숨도 돌리고 사유도 가능한데 그 가운데 긴장이 함께라니- 


남편 없는 앞으로의 16일 동안(정확히는 4주 동안 월~목), JTBC에서 방송한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의 봉순이면 좋겠다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꼭 필요한 곳에 사용가능한 괴력의 엄마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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