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꽃 Aug 17. 2023

출근하자

계란프라이 뒤집기에 능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뒤집기 앞에서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다. 적당히 익기를 기다렸다가 뒤집으면 될 일을 타고난 급한 성미 때문에 뒤집기에 실패를 거듭할 뿐이다. 가족을 대할 때도 급한 성미 때문에 미안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목공이 취미인 남편에게 최근 선반 하나 만들어주길 요청했다. 요청과 동시에 시작해 주기를 바라는 나의 이기심에 적잖이 놀란 경험을 해야 했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과제를 바로 앉아 시작하면 좋으련만, 물도 마셔야 하고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고 중간에 일어났다 앉기도 해야 하니 내 속은 그야말로 당장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활화산이 된다.


이리도 성격 급한 내가 한없이 느려지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글쓰기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고 싶다 다짐했거늘 오늘이 되고 또 오늘이 되고 또 오늘이 되는 일을 반복 중이다. 책상 앞에 앉았다가도 핸드폰을 집어드는 일이 일상인 데다, 정리벽은 왜 꼭 책상 앞에서만 발동이 걸리는 것인지, 제자리에 놓인 물건까지도 재배치하는 놀라운 정리 능력을 하필 그때에 발휘하고는 한다. 


이런 모든 정황으로 볼 때 시작 전, 이리 꿈틀 저리 꿈틀 하는 아이들의 DNA는 결국 나로부터 시작됐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DNA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그 씨름의 키(key)는 내가 잡고 싶어졌다. 하여 단 한 줄이라도 쓰고자 노트북 바탕화면에 ‘출근일지’ 폴더를 만들었다.


두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9시부터 2시까지는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의 자세, 워킹맘 모드를 취할 필요를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기에, 개학 일인 월요일부터 시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장소이지만 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