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라도 누구와 함께 하는 가에 따라 다른 의미의 장소가 된다. 우간다에 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한 선교사님을 따라 근사한 식당에 갔더랬다. 당시 첫째는 20개월을 둘째는 백일이 넘어가고 있던 때였다. 첫째 챙기기는 기본이고 식당서 둘째 모유 수유까지 하느라 식사를 거르다시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일로 남편에게 외식 거부를 선언했었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두 아이가 각각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남편과만 다시 그 식당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정독하며 메뉴판을 읽을 수 있다는 희열과 맛에 대한 평가며 분위기까지 살피게 되는- 재밌게도 같은 장소이지만 너무도 다른 곳이 되어 있음에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비단 식당만이 아니다. 이곳 우간다, 이 땅에서의 걸음을 누구와 손잡고 걸을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종종 해본다. 어떤 이와 혹은 어떤 이들과 이 삶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하여...
자의든 타의든 두 번의 관계의 어려움을 혹독하게 치러야 했다. 깨짐을 견뎌야 하는 과정은 매일 죽어가는 시간들이었고 이 땅에 온 것을 후회할 만큼 한국으로의 철수만을 간절히 기도했던 날들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감사한 것은 그 시간을 흘려보내며 소중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묵묵히 듣기만 했던 사람들과 “괜찮아?”라고만 물어보며 간간히 밖으로 꺼내준 사람들까지- 그만큼 성장할 자유를 주고 따뜻함과 환대, 긍정을 전해준 이들이 곁에 있었다. 그 뒤로 답 없이 우울감에 허우적대던 나는 온전히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덧. 두 아이가 오늘로 초등학교 3학년 그리고 1학년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학교와 교실, 뛰놀던 운동장은 변함없는 공간일 것이고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지난 1년 동안 공부해 온 이들과의 동일한 시작일 것이다. 같은 공간이지만 저마다 새로운 의미 부여들이 일어나는 여정이 되기를 두 아이를 위해서도 잠시 손을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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