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이야??

by 비꽃

집에서 차로 20여분 정도 떨어진 호텔에서 '출근일지'를 쓰고 있다.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집안 정리 중인 나에게 옆집 동갑 선교사의 노크, 노크! “가자” 한 마디에 5분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따라나섰다. 단체 식사 자리 말고는 이런 여유로움으로 호텔을 찾은 적이 없기에, 다 같은 우간다 하늘 아래 공기일 테지만 차를 타고 가는 것부터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돌아보니 우간다에서의 생활이 햇수로 7년째인데, 이곳 맛집, 멋집을 얘기하자면 난 사실 할 이야기가 없다. 남편이 워낙 요리를 잘하는 사람인 이유도 있지만, 외식을 선호하는 성향도 아니고 물론 이따금씩 기분 전환이 필요했어도 기동력이 없다 보니, ‘그래, 다음에 가지.’하고 말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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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운전면허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7전 8기 끝에 가까스로 취득해서인지 지금도 남편은 운전대를 쉬이 넘기지 못한다. 우간다 교통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라 사실 사고 날 여지를 안고 운전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중교통수단 가운데 하나인 오토바이- 이를 이곳에서는 ‘보다’라고 부르는데, 언제 어디에서 보다가 튀어나올지 운전자도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늘 긴장을 안고 차에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사인 하나 없이 갑자기 도로에서 멈추는 차,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 차 등도 쉽게 볼 수 있기에 남편이 반대하는 마음에 강한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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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이유에서라도 외출이 어려웠던 나를, 잡아 꺼내준 선교사가 물었다. “여기는 그래도 몇 번 왔었지?” 단체로 왔던 기억과 오늘로 당신과 두 번째 방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현대판 라푼젤이야? 집에서 나오질 않았네.” 라푼젤처럼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면 여러 번 탈출을 시도했으려나? 꼭 운전을 핑계 대지 않더라도 나에게는 그런 의욕이 동화 속 주인공만큼은 없었던 것 같다. 금발에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8월은 우기 시즌인데 이곳도 이상기후 영향 탓인지 9월을 앞두고도 비가 내리질 않는다. 낮에는 그만큼 건조한 바람에 햇살 따가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수영장 얘기가 나왔다. 가더라도 아이들만 놀게 했지, 내가 물에 들어간 기억은 초등학교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일주일 뒤 나의 출근 장소와 일지 내용은 ‘수영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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