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유형에 단 한 개도 맞지 않는 남편과 나이지만, 우리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가사 분담에 만큼은 각자의 성향과 잘하는 것'으로 하자는 데에 있다. 나는 아이들 육아와 교육, 정리정돈에 집중하는 편이고, 남편은 집안에 소소한 보수 공사와 목공, 식사를 책임진다. 사실 '책임진다'는 말이 남편에게 어울리지 않기는 하다. 맡은 모든 일에 진심인 데다, 특히 요기 도구와 조리법에 진심인 것은 물론이고 요리를 미술과 과학, 창조 어디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서 오신 손님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었다. 정한 약속일 이틀 전부터 고민하던 남편이 정한 메뉴는 닭칼국수. 닭은 전 세계 어디든 있으니, 물론 우간다에서는 소고기보다 닭값이 더 비싸긴 하다. 그래도 구하기 쉬운 재료이니 일단 오케이, 그런데 칼국수 면을 어디에서 구한다는 말인가?! 이곳저곳 인터넷 서칭을 하던 남편은 '직접 면 뽑기'를 선택했다. 식사 한 끼 한 끼를 먹을 때마다 정성인 건 알았지만, 뽑는 과정에서 늘어놓은 요리 정보를 듣게 되자 남편을 더 따스한 사람으로 보게 했다.
그날 남편이 직접 뽑아 만든 닭칼국수는 '명동칼국수'라는 극찬을 받을 만큼 성공적이었는데, 일단 면의 굵기가 고르게 잘 나왔기 때문이고, 거기에 더해진 양념장은 싹싹 긁어서 간을 할 만큼 단짠의 최고 비율로 그 맛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기억하기로는 아이들까지 모두 두 그릇씩 먹고, 첫째는 국물에 밥 말아먹기까지 했던 것 같다.
남편이 월요일부터 오는 금요일까지 카물리라는 지역에 갔다. 남편 없이 아이들과만 오늘이 3일째.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산 내가 아이들 간식까지 챙겨 학교에 보내려 하니 매일 밤 9시면 아이들과 함께 곯아떨어진다. 다치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조심조심 식재료를 섬기다 보니 '보통의 맛'은 내고 있는데, 재료 조절이 안돼 어떤 때는 당근 맛이, 어떤 때는 양파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는 한다.
어제저녁은 '깍두기볶음밥'이었다. 파기름을 낸다고 얼마나 파를 많이 넣었던지, 막내가 골라낸 파만 한 접시인 데다, 분명 깍두기볶음밥인데 '파'맛이 강한 볶음밥이 되고 말았다. 주방에 설 때마다 남편이 생각난다. 여러 재료를 가지고 조화로운 맛을 낸다는 것에 경의도 표하게 된다. 요리를 미술, 과학, 창조 어디쯤으로 여기는 남편의 생각에 나는 하나 더! '오케스트라'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