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뇌우, 정전

by 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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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한 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우간다 우기 때라 그렇겠지. 모르긴 몰라도 대형빗물탱크가 차고 넘칠 듯싶다. 차고 넘친 빗물은 식수 외에 모든 것에서 사용하기에 매우 반갑다. 다만 뇌우를 동반한 우기 날씨는 춥기는 또 얼마나 추운지…. 한국 무더위를 걱정해 지인에게 안부 인사를 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그래도 아프리카 보다는 시원하겠지.’다. 아프리카가 춥다고 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종일 비가 왔거나 구름 낀 날이면 전기장판을 켜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하면 적잖이 놀란다.


돌아보니 2011년에, 것도 처음으로 해외 출장 온 곳이 우간다였구나. 방송 매체에서 접한 아프리카는 뜨겁다 못해 따가웠고 건조한 곳이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해 보니 습도가 적어 그런지, 그늘 아래에 있으면 시원한 것이 끈적거림 없는 쾌적한 날씨였다. 거기에 비까지 오면 춥기까지 해, 한국에 두고 온 경량 점퍼나 침낭이 아쉬울 정도였다고 할까.


추억하는 사이 가까이서 번쩍하고 번개가 쳤고, 나도 모르게 ‘으악'하고 소리 질렀다. 먹구름이 머리 위를 비켜가며 빛이 조금씩 창문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니 두근대던 심장이 정상 심박 수를 찾은 듯싶다.


비가 세차게 오니 학교에 가 있는 예주 생각이 난다. 파충류나 곤충, 동물을 만지는 것에는 겁이 없는 아이인데, 천둥소리만큼은 엄마-하고 가슴에 포옥 와서 안기는 아이다. 옆에서 제아무리 오빠가 “아니야, 하늘에서 연주하는 소리야.”라고 달래 봐도 소용없는 아이. 한 시간이면 지나가는 비니까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 또한 단단히 지나가고 있으리라- 믿는 것 말고는 멀리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 사이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나갔던 전기도 다시 들어왔고. 바람이 많이 불거나 뇌우를 동반한 비가 오는 날이면 전기가 나간다. 이곳에서 비가 내리면 약속이라도 한 듯 꼭 하는 말이 있는데, “전기 또 나가겠네.”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안 되는 일이 이곳에서는 비와 함께 늘 온다. 손이 닿는 곳에 손전등을 두는 일이 이곳에서는 생활 속 지혜가 됐다. 뭐든 없으면 불편하겠지만, 특히 전기가 없어 어두울 때면, 눈이 부셔도 밝음이 좋다는 것도 또 인터넷 접속도 어렵기에 노트북, 핸드폰으로부터 자유해지는 좋은 점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배운다. 사실 이제는 좋고 나쁨의 구분이 없어졌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비, 바람, 뇌우, 전기, 물 등이 우간다에서는 삶 그 자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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