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로 4박 5일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아프리카 한글학교 교사 연수’에 다녀왔다. 강의는 뭣 하나 흘려버릴 수 없는 귀한 내용이었고, 연수 외에 이번 방문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자면, 도시였고 밤거리 밤공기를 맡으며 걸었고 커피숍에 오래도록 앉아있었다는 거였다.
돌아보니 나는 시골보다는 도시를 좋아했다. 남편은 깊은 산골짜기에서 땔감을 때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인 반면에 나는 보일러가 필수인 사람이다. 또 남편은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서 기꺼이 손빨래도 가능한 사람이지만, 나는 세탁기에 건조기까지 바라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밤의 공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현실은 저녁 7시만 되면 모기와 이름 모를 벌레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순이가 되고, 쏟아질 듯 수많은 별들을 보며 살 것 같지만 어쩌면 별을 따러 가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이제는 우간다 삶에 적응했고 괜찮다 여겼지만 실은 갑갑했던 모양이다. 그게 뭐라고 다녀와서 사진 정리를 하다 서럽게 울어버리다니. ‘그렇지, 나는 이런 걸 좋아하지.’라고 내 마음하나 제대로 살펴주지 못했음에 서러웠다. 그리고 사진 속에 나는 하나같이 옷차림마저도 시대와 동떨어진 모습임을 발견했다. 본래 옷을 입는 데 센스가 발달한 사람은 못되지만, 센스 차원이 아닌 그냥 낡고 바란 옷차림을 한 내가 있을 뿐이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나만 80년대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나 자신을 나 스스로도 편히 여기고 있었음을 직면하게 된 순간이었다.
집에서도 가장 편하고 후줄근한 옷을 입고 컴퓨터 앞에 앉는 일상을 산다. ‘편하니까!’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에서다. 집에서 쉬더라도 나를 가꿔주고 싶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홀로 식사를 하더라도 예쁜 그릇에 반찬을 담고 마치 손님을 마주한 것처럼 먹어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손에 집히는 대로 아무 옷이나 꺼내 입는 것부터 정리하자고 다짐했다.
연수에서 우간다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향수와 립스틱을 샀다. 여전히 도시 여성을 동경하지만 우간다 시골 여성으로 사는 것이 현실이기에, 그렇다면 마음만은 예쁘고 반짝반짝하게 살아야지 하고 입술에 립스틱을 발랐고, 약속 없는 날이지만 향수까지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