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발레 콩쿠르 도전기
아찔하면서도 힘들면서도 뿌듯하다.
발레와의 첫 만남의 감정은 이랬다. 발레 기초 동작을 배울 당시, 발끝의 중심을 잡는 것이 힘들어 위태위태하면서도 휘청휘청 거리며 아찔하기도 했다. 골반을 자꾸 열어주는 동작을 하면서도 횡격막은 쪼이고, 허벅지 안쪽과 속근육에 힘을 주고 있어야 했다. 호흡은 목구멍이 보일 정도로 들이마시면서도 숨은 70%만 내뱉고 숨 쉬고를 반복하며 호흡은 상반신에서 머물러 있어야 했다. 또한, 양팔을 벌려 어깨는 쭉 피고 있으면서도 겨드랑이에는 방울토마토가 하나 끼어있는 것처럼 움직여야 했다. 그러면서도 손끝과 발끝은 부드럽게 움직이는 동작들을 해내야만 하는 발레동작. 이렇게 세밀한 동작들을 해내면서 아름다운 몸짓이 만들어진다는 부분이 나를 더욱 매료되게 만들었다. 이런 많은 요구 사항들을 완벽히 해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콩쿠르 준비 한 달 전, 발레 선생님은 먼저 순서부터 익혀오라고 하셨다. 콩쿠르 준비 전, 발레 학원에서도 '에스메랄다' 안무를 배울 당시, 춤추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1시간 동안 1분 30초짜리 에스메랄다 음악을 무한 반복하며, 머릿속으로 발레 안무들을 생각해 낼 정도로 발레에 미쳐있었다. 이렇게 계속 머릿속으로도, 몸으로도 계속 기억을 해내려고 하다 보니, 부담 없이 외워나갈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몸이 자동반사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연습해야겠다 싶어, 집에서 6시 새벽 운동 마치고 6시 40분부터 7시 30분까지 발레 안무 연습. 저녁 퇴근 후, 집에 들어가자마자 옷부터 갈아입고 발레 연습 1시간부터 했다. 끼니를 지나쳐도, 배가 부를 만큼,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좁은 원룸 9평 공간은 열정의 열기와 발레복의 땀의 습기로 가득 찼다.
첫 부분부터...? 아하! 이렇게 하는 거구나!
나름 연습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습한 부분을 처음 점검받는 날. 첫 부분부터 발레 선생님의 지적이 시작되었다.
"아하. 이렇게 하는 거구나! "
첫 동작으로 움직이자마자 stop을 들었다. 그리고는 첫 부분부터 시선처리, 발끝 방향, 등과 코어 힘으로 파세(발끝 무릎옆에 두기) 등등 동작 하나하나 움직일 때마다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을 알려주셨다.
발레 학원에서도 안무를 가르쳐주실 때 알려주셨지만, 발레에 대한 흥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기에, 지적은 패스~ 하고 그저 즐기는데 의의를 두셨었다. 하지만, 콩쿠르는 실전이기에, 기본기를 잘 닦은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러니 여러 가지 안무를 하지 않더라도, 1번 발동작을 하더라도 부드러운 손끝처리, 시선처리, 등, 허리, 엉덩이, 허벅지, 팔 구석구석 힘을 줘가며, 움직이며 이를 보여주는 활짝 웃는 미소를 지어야 했다.
욕심 내지 않고, 안무 일부 세세한 부분들을
와... 어렵다. 신경 쓸 부분이 엄청 많구나?
이제야 진짜 발레는 배우는 느낌이었다. 정말 애들 소꿉장난처럼 흥미를 가지다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발레의 세계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기분이었다. 고작 1시간을 움직였지만, 발레복은 흥건히 땀으로 젖어있었고, 온몸은 으스러질 것 같았다. 집에 가서 샤워를 개운하게 하고, 내일 또 움직일 수 있다면 계속 움직여야지. 발레를 하면 할수록 뿌듯해지고, 척추도 펴지고, 건강 해지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까지는 예술의 세계로 접근하기보다는 운동의 세계로 접근하는 중.
그렇게 나는 조금씩 발레 안무 순서를 본격적으로 익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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