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계신 할머니를 위한 응원의 글
최근 갑작스럽게 친할머니의 병세가 악화하셨다.
병원을 2달에 한 번 가시던 주기가
2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으로 짧아지시더니,
결국 지금은 중환자실에 들어가셨다.
결혼 3주 전, 반려자를 처음 정식적으로 할머니 집에 데리고 갔다.
그땐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둘째 삼촌, 숙모, 셋째 삼촌, 나, 짝지.
이렇게 같이 식사한 것이 마지막 만남의 식사 자리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결혼 후에도 바로 찾아뵀어야 했는데, 어머니는 할머니께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하셔서,
굳이 갈 필요 없고, 나중에 찾아뵙자고 하셔서, 지나친 부분이 후회로 밀려왔다.
“아이고, 지혜 왔나.”
항상 할머니를 뵈러 갔을 땐,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며,
나는 주름이 자글자글해지신 세월의 할머니의 손을,
할머니는 젊은 날을 살아가는 청년의 손을 꼭 잡아드리곤 했었다.
마지막 만찬 때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제 결혼하면, 안 오겠네. 이게 마지막이네….”라고
나는 그때 당시 당연히 또 보러 가면 되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할머니의 진지한 말씀을 지나쳤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는 사실이 요즘 내 머릿속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에는 여행 가는 날이라는 그림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할아버지가 나온다. 12시를 가리키니 대문의 한가운데로 투명한 손님이 들어왔다. 여행을 같이 가려고 할아버지를 데려온 것이다. 할아버지는 여행을 가기 위해, 장롱 밑에 숨겨둔 동전을 꺼내어 챙기시거나, 여행 중에 배고프지 않게 달걀도 5개나 삶으셔서 배낭에 챙기시고, 깔끔한 모습으로 가고 싶다며, 깨끗하게 목욕도 하고, 팩도 하셨다. 또한, 죽은 아내가 좋아했던 양복도 지금은 사이즈가 맞지 않지만 구겨서 입으셨고, 막상 아내를 만났을 때, 너무 늙어버린 자기 얼굴을 아내가 못 알아볼까 봐. 젊었을 때 사진관에서 같이 찍은 사진 한 장도 챙기셨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새벽 12시부터 동이 트는 새벽의 해가 뜰 때까지 준비하셨다. 그러곤 바로 투명친구와 집을 나섰다.
집 앞을 나오니, 화창한 날씨였고, 푸릇푸릇한 나뭇잎들이 봄을 맞이하려고 나뭇가지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림책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너무나도 가까이 마주하고 계신 할머니가 바로 생각났다.
지금은 중환자실에서 연명 치료만 하고 계시기에, 산소호흡기와 수액 영양제를 멈춘다면, 언제든 여행을 떠나셔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다. 할머니는 여행 가시기 전에 여행 준비물을 뭘 가져가실까? 상상의 나래를 눈을 감고 펼쳐봤다. 할머니 방에 걸려있는 할아버지 사진을 가져가실까? 할아버지를 봤을 때 보여주기 위해서? 약 10년 동안 누워만 있으시다가 팔팔한 다리를 가지게 되셨으니, 운동화를 꺼내어, 가벼운 몸으로 즐겁게 많은 곳을 누비실까?
예전엔 ’ 죽음이라는 것이 막상 어두컴컴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지금은 죽음이라는 것이 현생의 여행처럼, 또 다른 이생의 여행이 시작된다는 걸로 이전의 고정관념이 그림책을 보고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할머니의 장례가 나중에 시작되더라도, 그 자글자글해진 세월의 할머니 손으로는 만질 수 없지만, 슬프긴 하겠지만, 슬픔보다는 응원의 마음이 커질 듯하다.
그녀만의 마음 편한 여행이 되길, 즐겁고 못 다니셨던 곳들을 건강한 두 다리로 마음껏 떠도시는 여행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