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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ug 12. 2023

알록달록 약 먹지 말고, 나랑 대화해요.

첫 심리상담.

긴장되는 마음으로 DM 답장을 기다렸다. 괜히 장문으로 보내서, 내가 귀찮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째깍깍... 시간이 너무나 안 간다. 아무 행동을 하지 않고 한 없이 기다리는 건 너무나도 고욕이었다.

'아... 다른 일들을 하자.'

 유튜브를 클릭해 이 영상 저 영상을 보며 떠돌아다니다, 이것 또한 덧 없이 느껴졌다.  이 허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책의 또 다른 용도는 책은 좋은 수면제라 하던가... 나의 두 눈동자에는 책의 글자로 가득했지만, 이내 곧 흐려지고, 어느새 세상은 어두워졌다.  


"띵똥"

어이쿠... 기다리고, 고대하던 문자가 왔다.

선생님이 너무 바쁘시니까. 거절하시지는 않을지... 두려움이 앞서, 멍하게 흰색 천장을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아냐... 일단 두려워 확인을 미루는 것보다 바로 휴대폰을 들어 확인해 보자.'

 답장을 보니, 너무나도 간단하지만, 확실하게 답변을 주셨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전화번호를 주시면서 바로 연락 달라는 답장...


만약 이 상황에 나였다면, 일단 DM으로 대화 몇 번하고, 그다음에 전화번호를 주고받는다든지, 다른 어플로 넘어가서 편하게 대화를 시도할 것 같다. 그만큼 모르는 사람이 연락했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앞서는 것이다. 하지만, 그분은 나의 진지한 메시지에 진심을 다해  도와주시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너무 감사했다.


"약 드시지 마시고 꼭! 전화 주세요! 

정신과처방약은 주로 근육이완제나 우울감을 자제시키는 약들을 처방하는데, 그거 드시면 늘어지시고 계속 졸음이 오실 거예요. 원인이 정신과 약을 먹는다고 좋아지지 않으니 안 드셨으면 해요. 그리고 꼭 연락 주셨으면 해요."


그때 이후로, 감사하게도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 상담을 했다.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기분이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를 하고 난 후, 마음이 편안해진 채로 잠자리에 드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나는 몇 회기 안되지만, 짧게 상담기간을 거쳐서 좋아지는 듯했다. 나의 몰랐던 장점들을 짚어주시고, 나의 어린 시절, 가정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들을 가질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우울증 약을 더 이상 안 먹고 헤쳐나갈 용기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눈앞에 보이는 목표, 도전들에만 집중하면 괜찮을 거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너무나도 짧은 기간의 상담이었기에. 완전한 심리 치유기간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활활 타오르던 열정의 성냥 불꽃이 자주 불타오르지만, 그 불타오른 횟수만큼 너무나도 빠르게 꺼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계속해서 마주하는 작은 실패의 횟수만큼 미세한 1g씩의 우울감들이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점점 이게 쌓이고 쌓여 어깨가 너무 무거워질정도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깊은 내면에 숨어있는, 그리고 내가 마주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던 그 힘듦을 꺼내어야만 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인지... 

회피하지 않고, 그 사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다시 감정을 다스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야 작은 실패에도 크게 찾아오는 우울감이 없어질 것 같았다. 



지금 생각나는 건 그때, 그 시절의 너무 힘들었던 직장 생활.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감고 그 시절로 돌아가보았다. 




그때 DM을 보내지 않았다면,             

심리상담은 영원히 접해볼 기회. 용기조차 없었을 것 같다.


그때 DM을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 글 쓰는 내가 있지 않았을 것 같다.


그때 그 순간에 내가 선택했던 한 순간의 행동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러 그 분과 계속해서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고,

끊임없는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음에.

그리고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음에 너무 감사하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심리상담 #우울증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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