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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ug 10. 2023

알록달록 알약을 처음 만난 그때 그 시절 2

약밍아웃2

책상에 놓인 알록달록 알약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과연 우울증 약을 먹어도 되는 게 맞을지 의심부터 갔다.

그 순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공부 많이 한 의사보다 내가 내 몸을 잘 안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의사 선생님 판단을 거부하고,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꺼버리면, 컴퓨터 속 세상이 사라지는 것처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상황을 전원으로 꺼버리고 싶었다. 회피할 수 있으면, 회피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싶었다.


내가 정신적으로 아파서 약을 먹을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약을 받사오니, 멍해진다. 멍하니 텅 빈 방의 흰색 천장을 바라보며 눈의 초점이 흐려진다.

'이 약을 먹는 순간, 내가 정신적 이상자가 된 것임을 인정하는 것일까...'


이런 나 자신조차도 정신과. 우울증. 우울증 약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내 주변 지인들은 오죽할까. 남자친구에게도, 가족, 회사에도 절대 비밀로 하고 싶었다. 뭔가 주변에서 알게 되면, 나를 보는 시선들이 그리 곱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약의 부작용 보다 이 부정적 시선이 더 두려움이 컸다.


"우울증 약 부작용도 있대... 특히 살찌는 거..."

남자친구가 주변에 아는 지인과 우울증 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걸 전해 들은 것이 이 기억이 났다. 그때 그 약을 먹는 여자분은 3년 이상 복용을 하신 분이었다. 나와 증세는 조금은 다르지만, 우울증 약 복용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먹으면 더위 먹은 듯 멍한 그런 상태가 유지된다. 살이 빨리 쪄서 잘 안 빠진다. 는 등등의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난 뒤, 이 약에 대한 고정관념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실제로 이 약을 접하게 된 것이기에 어찌할지 바를 몰랐다. 약을 안 먹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아 모르겠다~'

멍하니 앉아서 천장을 바라보면서 생각하다가는 답이 안 나왔다. 답답해서 침대로 향해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그때 당시 한창 빠져있던 인스타 앱에 자동적으로 손이 갔다. 그러다가 인스타 친구 중  프로필에 적힌 심리상담사라는 글자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 이 분. 저번에 특강을 하신 걸 들었는데, 엄청 꼼꼼하시고, 똑 부러지신 것 같던데... 이 분한테 도움을 요청해 볼까..? 그분은 나를 모르겠지만, 그래도 손을 한번 내밀어 보는 거야... 믿져야 본전이지 뭐...'

 

그렇게 나는 그분에게 가슴이 졸인 채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그럽게 두드려, 인스타 DM을 날려 보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약밍아웃 #우울증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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