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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ug 09. 2023

알록달록 알약을 처음 만난 그때 그 시절 1

약밍아웃

 지금까지도 점심, 저녁에 알록달록 알약을 먹는다. 처음에는 매번 챙겨 먹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요즘은 매일 꼬박 잘 챙겨 먹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꼭 가서 약을 타서 먹는다. 이렇게 먹은 지 어느덧 5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그 약은 정신과 우울증 약 그리고 신경안정제 약이다.  


태풍이 오는 소리를 뒤로 한채, 조용한 나의 공간에서 노트북 앞에 자리 잡았다.

시원한 선풍기 바람, 요가하고 와서 나른한 몸. 적당한 방안의 불빛. 모든 주위의 환경이 글쓰기에 집중하도록 세팅이 되어있는 것만 같았다. 하... 나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걸 회피하고, 미뤄왔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꺼내봐야 할 것만 같아서, 그래야 내가 진정으로 정신이 치유될 것 같아서, 나름의 용기를 내어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내가 왜 이 약들을 먹고 있게 된 걸까. 그리고 나는 언제... 까지... 먹어야만 할까.



chapter 1. 정신건강의학과를 처음으로 내 발로 가보다.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만남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그때는 나의 몸상태가 심장이 너무 아팠다. 길을 평소처럼 걸어가다가 갑자기 심장 쪽의 찌릿한 느낌을 받곤 했다. 바로 가슴을 부여잡고, 한참을 서있었다. 이렇게 아픈 지 5년 이상이 되었다. 그전에는 가슴. 유방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유방 쪽으로 검사를 다 진행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 이후로 잘 살고 있다가 갑자기 일주일에 2번은 꼭 아팠다. '몇 개월에 한 번씩'이 '일주일에 2-3번'으로 아픈 주기가 짧아졌기에, 병원에 안 갈 수가 없었다. 연차를 내서 평일에 꼭 병원을 다녀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나는 심장에 대한 검사를 2일에 걸쳐 다 받았다. 심전도 검사부터 초음파까지. 심장내과에서 체크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했다. 나의 아픔의 원인을 반드시 찾고 싶었다.



"띵똥... 변지혜 씨 들어오세요."

사람의 눈과 마스크만 보이던 코로나 유행 시절이었다. 수많은 대기환자들 사이에 나는 멍하니 앉아있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의사 선생님 방으로 들어갔다.


의사  "...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다고 했죠?"

나     "심장 쪽이 찌릿하고, 통증이 오면, 움직이지도 못해요..."

의사  "모든 검사를 다 해봤을 때, 이상이 없습니다. 1층 정신과로 가보세요."

나     "네? 정신과요? 제가 왜...."


이때 처음으로 심장내과 선생님의 말씀에 의해 정신과를 내 두 발로 뚜벅뚜벅 걸어 찾아가게 되었다.


 

1층 구석에 위치한 정신과.

거기에는 대기환자도 없었다. 거의 마치는 시간이 되어서 그런 걸까. 다른 곳은 사람들이 엄청 붐비는데... 여기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나. 혼자. 대기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다가 오셨어요?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는 일 있으신가요?"

대기한 지 2분 만에 내 이름이 불려서 의사 선생님 방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의 옆에 바로 앉아 선생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이 한마디였다. 바로 길을 걷다가 심장이 아파서 왔다고 이 한마디 했을 뿐인데... 의기양양하게 아 그거 별거 아니라고 내가 바로 고쳐줄 수 있다는 자신감의 찬 말투를 내뱉은 의사 선생님.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 현장에서 이런저런 나의 이야기를 했지만, 주위 깊게 들어주는 것 같지도 않고, 그저 약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식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썹은 치켜 올라가고, 눈은 크게 떠지고, 입은 바싹 마르고, 선생님의 말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만병통치약처럼 우울증 약이 도움이 될 거라며, 처방을 내리겠다는 말을 듣고 문 밖을 나왔다. 처방을 받으러 조제약실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정말 시원치 않았다. 이게 정말 맞는 약일까... 일단 받고 생각하자...


그렇게 나는 한가득 들어있는 약봉지를 들고 병원을 나왔다. 나는 심장이 아파서 병원 갔는데, 심장약이 아니라 우울증 약을 받아 들고 나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정말 내가 우울해서, 스트레스가 심해서... 심장이 아픈 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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