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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ug 13. 2023

회생. 아픔의 원인?

알록달록 약을 먹게 된 원인을 찾아서 1

     

나의 아픈 원인을 되짚어보았다.

그때, 회사가 회생 들어가던 시절. 엄청난 스트레스를 속으로 감내하며, 일하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타타타…. 휴..”     


한참을 집중하다 집중력이 떨어져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사무실 칸막이 파티션 너머로 통 큰 유리창 밖이 보인다.      


‘어두컴컴한 밤 언제 되었지...?’


계속 모니터만 바라보고 일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컴컴한 구름 가득 낀 밤의 액자로 비치는 내 모습이 보인다. C자로 허리가 굽어져 있다. 어깨는 말려있고, 거북이가 되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 너무 처량해 보였다.     


 다들 퇴근하고 경비아저씨도 퇴근한 밤 8시 30분. 회사가 회생을 들어간 뒤로 팀원들은 다 퇴사했다. 결국 잡일을 처리하는 사원은 나 혼자 남게 되었다. 회계 일을 하러 들어왔지만, 회계, 인사, 총무, 보안까지 모르는 분야들을 몸으로 부딪쳐가며 다 해내야 했고, 이겨내야 했다. 거기에다가 회생에 들어가면 요구하는 자료들을 다 준비해야 하는 상황.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이렇게 일을 한다고 돈을 올려주는 것도 아닌데... 난 왜 이러고 있을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니다 싶으면 빨리 결정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내 성격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타이밍을 놓쳐 돌이킬 수 없는 상황.      


‘하... 맞아.. 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내가 해야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는 모니터에 집중했다.     


‘그래. 얼른 끝내고, 집 가는 거야.’


알뜰살뜰한 경비아저씨는 사무동 내가 있는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복도, 화장실, 모든 공장동, 사무동에 있는 불을 다 끄고 퇴근하셨다. 회사는 근처 시내까지 30분 걸리는 외진 산단 안에 있다. 늦은 9시 30분이 넘어가면, 택시가 잡힐지 의문이었기에, 마음이 급했다.     


회사 내부에 결재 맡는 급여 작업의 힘든 정도가 3이라면 회생 들어가고 나서는 들어야 할 문서가 배로 늘어났기에 힘든 정도가 7로 늘어났다. 게다가 내가 다 되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일 아침이면 법원에서 오신 감사님께 보고 및 결재도 받고, 따로 사장님도 오시면 사장님대로 보고 및 결재를 맡아야 했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내일은 내일대로 눈치 보며, 결재 맡는 하루가 될 것이다. 미리 일들을 처리해 둬야 내가 편했다.  

   

약간은 어두운 텅 빈 사무실의 차가운 밤공기는 나를 압박감과 불안감으로 질식시켜가고 있는 듯했다. 버텨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수많은 재검토를 하고, 수많은 프린터를 쓰면서 드디어.. 작업을 끝냈다.

    

“지금 몇 시지...? 헐...”  

   

저녁도 먹지도 못하고, 꼬르륵거리면서 일을 했다. 일이 끝났을 때쯤, 머리는 멍하다 싶어서, 얼른 가자고 시간을 봤는데, 벌써 새벽 3시다. 집에 가기는 글렀다. 거울을 보니, 마스카라는 눈에 잔뜩 번져있고, 얼굴의 파운데이션은 어느새 사라진이 오래다. 다크서클로 가득한 얼굴과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한쪽 구석에는 낡고 긴 검은색 소파에 굼벵이처럼 누웠다. 그때 당시 겨울이라, 두꺼운 회사 잠바와 담요를 덮어 최대한 나의 온기를 확보했다. 하지만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겨울 찬 공기는 나의 온기를 계속해서 빼앗아 가는 듯했다.     


‘다시는. 이렇게 밤새고 싶지 않아….’

내 손에 사람들의 급여·생계가 달려있다는 게 중압감 속에 잠시 벗어나 꿈으로 도피했다. 처량한 나의 모습을 가엾어하는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런 꿈들을 피하는 것도 잠시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혜야... 니 여기서 잤나?”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하시는 청소 아주머니가 나를 발견하신 것이었다. 벌써 3시간이 지나갔다. 청소 아주머니께서 여기서 잤냐고 물어봐주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가득 맺혔다. 이 생활에 대한 악몽, 고통은 그 누구의 고통과도 비교할 수 없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마음속 아픔 시작이 된 것 같았다.     


출근하신 부장님에게 오늘 밤을 새워서 급여를 끝냈다고 말씀드렸다.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이 힘들어하는 고통에 대해 약간의 하소연을 했다. 일찍 퇴근하라는 한마디 말뿐이었다. 형식적인 말. 그 이후에도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도 말이다. 현실은 일찍 가도 정시 퇴근 6시였다. 회사에서는 이런 근무를 당연하게 여기고, 실질적 보상 및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 자체가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회사는 최소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고 싶어 하는 그러한 곳이니까 말이다. 누가 니보고 야근 하라더나? 하겠지. 하지만, 시간 맞춰서 끝내 해결해야 하는 건 오직 나였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나를 힘들게 했다.


 미간과 이마의 주름은 더욱 깊게 파여만 갔다. 피가 날 듯이 질끈 깨물어 하얗게 변해버린 입술. 닭똥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망울. 붉어진 눈시울과 콧방울. 저 지하 깊은 캄캄한 곳까지 파내려 간 우울한 감정. 이런 피폐한 모습 속으로, 스트레스를 가득 쌓아둔 채로, 그렇게 버텼다. 이렇게만 견디면 나에게도 봄이 올 줄 알았다. 5년이 지나면 그 아픔은 추억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역시나 다른 법. 이렇게 힘들게 버텨오던 몸에 이상 신호가 와버린 것 같다.


이게 나의 갑자기 느껴지는 가슴 통증. 우울감. 의 원인이었을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우울증 #직장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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