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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Dec 21. 2022

두려움의 대상. 결혼

 결혼에 대한 압박이 없을 줄 알았다. ‘결혼’이란 건, 연애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현상일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30이 넘어가는 해를 맞이하고, 지난주 주말에는 엄마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나도 애 가지고 싶다.”

엄마한테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물론 엄마는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둘러서 이야기한다고 선택한 단어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식탁에 앉아있으니 그 말이 머리에 윙윙 떠돌았다.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럼 엄마가 가지면 되겠네.”


그날은 엄마, 아빠, 동생이 우리 집 작은 방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함께하는 날이었다. 저녁식사가 끝난 뒤, 엄마는 배부르다고 내 침대에 누우셨다. 나는 엄마의 옆에 누워 말없이 침대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계속 조용히 있기는 좀 그래서 엄마의 유일한 친구인 미숙이 이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 미숙이 이모 차 바꿨다며? 뭘로 바꿨대?”


그리고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대답은 궁금하지 않았다.


 이미 엄마는 폐경의 나이를 훨씬 지나고,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없는 걸 알지만, 나는 이렇게 말을 해 놔야 편했다.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 주기로 했던 엄마만큼은 날 압박 주지 않을 꺼라 믿었는데, 엄마 주변의 친구분들이 손자 자랑하고, 자녀들이 결혼한 소식을 많이 들으니 내심 부러우셨나 보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그렇게 간단하게 저녁 메뉴를 고르듯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저 다가오는 이 시간을 지나가게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었다.


 서른이 넘어가자마자 주변에서는 물어보지 않아도 계속 결혼에 대해 한 마디씩 해주었다. 그중에 장점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부분이 결혼을 해서 후회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직장에서 점심 백반을 먹으면서도, 그리고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주야장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순간 다들 한 마디씩 내게 해주었다.


“결혼하고 애를 낳을 거면, 일찍 해야 안 힘들어. 할 거면 얼른 가.”


“30대 후반에 애를 낳으니, 체력적으로 키우기 힘들어.”


“연애 때, 설렘 같은 건 없어 진지 오래야. 나도 설레고 싶다.”


“애를 가지는 순간, 내 시간은 없어진다고 봐야 해.”


“시부모님과의 갈등 너무 감당하기 힘들어.”


“결혼비용. 그냥 다 빚내서 시작하는 거야. 그냥 해.”


‘진짜로 결혼이란 무엇인가?’


해보기 전에는 잘 모르는 게 맞는 거겠지. 다만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서 결혼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한, 순서에 맞는 결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내가 선택한 결혼을 하려고 한다. 현재 6년 연애를 했지만 아직은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조금 더 생활이 안정되고, 마음이 안정되고 난 후에 결혼을 하고 싶다. 혼자일 때 먼저 제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그 후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다는 생각. 엄마가 한 말이 다시 떠오른다.


“나도 애 가지고 싶다.”


사실 나는 얼마 전 난소 수술을 하고 몸을 회복 중이다. 게다가 가끔은 눈을 뜨자마자 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몸도 마음도 건강히 재정비 후 결혼을 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관문이 아닌, 나다움을 찾는 하나의 선택지로 결혼을 택할 예정이다. 나도 애는 가지고 싶지만 말이다.




결혼: 때로는 배우자와 현명하게 팀플레이, 때로는 혼자서 개인플레이로 잘 살아가는 것이 관건. 나만의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행동으로 현명하게 살아갈 것인지.. 더욱 고민해 보고 실천해야 할 평생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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