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

오늘도 나에게 쓴다. (2026. 1월 첫 번째 주말)

by 이도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

— 2026년 1월 첫 주말


첫 주말은
새해를 밀어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날이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을 적지 않는다.
계획을 점검하지도,
어제의 다짐을 되돌아보지도 않는다.


대신
몸이 어디쯤 있는지,
마음이 얼마나 느슨해졌는지만
가만히 살핀다.


토요일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시고
간단한 아침을 했다.
진하지 않은 커피와
가벼운 수필을 곁에 두고
아침나절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딸이 멤버십으로 끊어 준
피부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저 오늘의 몸을
조금 쉬게 두고 싶었다.


마사지 숍에서 집까지,
한 시간쯤 걸어왔다.
걷다 보니 알라딘 서점이 보여
잠시 들어갔다가
두 시간쯤 책을 읽고 나왔다.


책 속에 머물다 나오니
시간이 느슨해 있었다.
그 느낌이 좋아서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내일 아침에 먹을 빵과
샐러드, 야채를 조금 샀다.


집에 돌아와
간단히 저녁을 먹고
결혼식장에 갔던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지
나는 조용히 글을 썼다.


오늘 하루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으로
그대로 두었다.


저녁이 깊어지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글을 쓰고 다시 책을 조금 읽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늦게 일어나도 괜찮고
오래 걸어도 괜찮고 하루가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은 날이었다.


일요일 아침,
날씨는 청명했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했다.


어제 사 온 빵과 야채,
내린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열었다.


요즘에는
독서 챌린지를 하고 있다.
종이책을 읽고 읽은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고 감상평을 적는 일이다.


늘 책과 함께 살아왔지만,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 보게 되는
새로운 경험이다.


오전에 다음 주에 볼 영화 <아바타>를 예매했다.
남편과 함께 보게 될 영화라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오후에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몇 권은 골라 올 예정이다.


책을 읽다 보면
새해 인사를 보내온 지인들에게
안부와 감사의 말을
남기고 싶어진다.


편한 사람들에게
자주 안부를 묻는 삶이면
그것으로 충분하겠다고
생각한다.


또 책은
가끔 아무 예고 없이
새로운 목표를 떠올리게 한다.


아주 크지 않아도,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작은 불빛 하나면
지금은 충분하다.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은
천천히 걷기로 했다.
거리도 구경하고
사람도 구경하며......


새해의 초반은
늘 의욕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이처럼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은 하루 하나가
올해를 오래 데려가는 힘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 사이에
몸은 조금 풀어졌고,
마음은 조금 정돈됐다.


첫 번째 주말을 맞는 나에게,
이렇게 지내도
한 해는 충분히 잘 가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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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노트

이 글은 2026년의 첫 주말을 보내며
새해를 서두르지 않기로 선택한 기록입니다.


해야 할 일을 채우기보다
몸과 마음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 하루를
있는 그대로 남기고자 했습니다.


이 글에 담긴 시간들은
특별한 성취나 계획이 아니라,
잘 흘러간 하루의 감각이었습니다.


새해의 시작이 언제나
의욕과 다짐으로 채워질 필요는 없다는 것,
느슨한 하루 하나가
오히려 한 해를 오래 데려갈 수 있다는 마음을
이 기록에 담아 두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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