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떠나는 딸, 남겨지는 엄마

떠나며, 엄마로 서다

by 이도화
"떠나는 딸, 남겨지는 엄마"

한국을 떠나던 날,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이제부터 아이들을
내 손으로 정말 멋지게 잘 키워 내겠다고.


어떤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가 잘 버텨 주겠다고.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항로를 바꾸었다.


한국에서 살림을 정리하고
짐을 싸고
하나씩 삶을 정리하는 동안에


내 마음 한구석에는
늘 한 사람이 남아 있었다.


엄마였다.


늘 나에게 의지하던 사람,
나와 늘 함께 동행하던 사람,
내가 떠나면
혼자 남게 되는 사람.


동생들이 있었지만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각자의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엄마를 부탁하고 떠나는 일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떠나기 전날,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엄마가 끓인 된장찌개였다.
평소와 다르지 않는 그저 집밥이었다.
엄마는 평소처럼 밥을 퍼 주셨다.


그저
익숙한 저녁처럼 밥을 먹었다.


다음 날,
공항으로 가는 길.


엄마도
나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들떠 있었다.


아홉 살 큰 아이는
신기한 듯 공항을 두리번거렸다.


여섯 살 둘째는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했다.


아이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모험처럼 보였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들.


아이들의 눈은
기대로 반짝이고 있었다.


나 역시
낯선 나라에서 시작될
새로운 삶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렜다.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은 가벼웠다.


엄마는 말이 많지 않았다.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내 손을 한 번 꼭 잡았다.


“몸 건강해야 한다.”


그 말이 전부였다.


엄마는 늘 그랬다.
마음속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는 사람.


그래도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의 걱정이
얼마나 큰지.


딸이
손주 둘의 손을 잡고
낯선 나라로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쓰이는 일인지.


출국 시간이 가까워졌다.


나는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


“가자.”


아이들은 씩씩하게 걸어갔다.


나는 몇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엄마의 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떠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남겨지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한 번 더 뒤를 돌아보았다.


엄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날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순간,
엄마와 나의 시간이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엄마의 상실감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헤아릴 만큼 아직 어른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는 출국장을 나갔다.


그리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서울의 겨울 하늘이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제
정말 다른 삶이 시작되는구나,
돌아갈 수 없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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