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아이들의 자리를 찾는 동안

나는 아직 그 사이에 서 있었다

by 이도화
"그해 겨울, 북경 골목에서, 둘째와 손을 맞잡고 걷던 시간들."

북경의 겨울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숨을 크게 쉬었다.


낯선 도시였다.
겨울은 길었고, 북경의 모래바람과 찬 공기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문을 나서면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먼저 들렸고,
사람들 사이에 서 있어도
나는 늘 혼자였다.


그래도 난 씩씩했다.
나는 아내였고, 엄마였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고,
우선순위가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남편은 집에 있는 날보다
다른 도시를 오가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의 일은
한곳에 머물러서는 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었다.


북경에 기반을 두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여러 도시를 오가며
사람을 만나고, 일을 조율하고,
늘 다음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그의 하루는
늘 이동 중에 이어졌고,
하루가 끝나는 곳도
그때그때 달랐다.


늦은 밤, 짧은 전화가 왔다.


“괜찮아.”


그 말은
어떤 날에는 위로였고,
어떤 날에는 더 공허하게 남았다.


나는 집에 남아
하루하루 아이들을 챙겼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생활을 만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내 마음을 붙잡고 있던 것은
아이들 학교 문제였다.


여러 선택지 앞에서
무엇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제일 좋은 학교에 보내고만 싶었다.


내가 염두에 둔 학교의 캠퍼스를 처음 보러 갔던 날,
나는 잠시 호흡을 멈췄다.


넓은 운동장,
그 안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아이들.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 풍경 속에
우리 아이들을 들여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입학 시험 날,
아이들은 긴장한 얼굴로 교실에 들어갔다.


나는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결과는 빨리 나왔다.


큰아이가 합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제야 졸였던 마음이 풀렸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둘째는 좀 더
기다려야 했다.


“곧 자리가 날 거예요.”


그 말을 붙잡고 있었지만,
그 ‘곧’이 언제인지는 잘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가끔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자리가 났는지,
변동은 없는지 묻고 또 물었다.


며칠이 지나면
또 한 번 더 확인해야 할 것 같아
같은 질문을 다시 꺼냈다.


내 정성을 보여 주고 싶었다.


어느 날은 둘째와 함께
직접 학교에 가서 아이를 보여 주고
그 간절함을 보이며 상황을 묻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너무 서두르는 건 아닐까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다음 날이면
다시 같은 생각을 했다.


며칠이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다림은 길어졌다.


큰아이는 학교에 가고,
둘째는 집에 남았다.


그때는 2월이었다.


겨울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날씨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아침마다 두툼한 외투를 입고 나갔다가도
잠깐 햇빛이 들면
괜히 괜찮아질 것 같다가,
금세 다시 추워졌다.


그 머뭇거리는 공기가
그때의 내 마음과 많이 닮아 있었다.


곧 괜찮아질 것 같다가도,
아직은 아닌 상태.


둘째와 나는 아침이면
누나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 손을 잡고 산책을 했다.


갈 곳이 따로 있는 건 아니어서
집 근처를 한 바퀴 돌거나,
잠깐 앉아 있다가 돌아오곤 했다.


우리 모자는 그때 하루를 온전히 함께 지냈다.


책도 함께 읽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해 먹었다.


그 시간이 초조했지만 행복했다.


어느 날,
둘째가 물었다.


“엄마, 나는 언제 학교 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는 게 아니라,
말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였다.


나는 이때 다른 학교를 알아보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나서야
연락이 왔다.


둘째에게도 드디어 자리가 난 것이다.


아이 둘이 나란히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던 날,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안도감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남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빠르게 적응해 갔다.
친구를 사귀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뒤에 남겨져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아이들의 자리를 찾는 동안,
나는 한 번도
내 자리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아닌,


그냥 나로서.


나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내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되었다.


새봄, 3월이 시작되고 있었다.


계절은 서서히 바뀔 것이었지만,
나는 아직 겨울, 그 자리에 있었다.


여기에서
나는 무엇을 시작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결국은,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