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위에서 보는 도시의 계절

같은 도로, 다른 계절 - 자전거가 가르쳐준 것들

by 미니어드

자전거를 탄 지 3년쯤 됐다. 처음엔 거리가 낯설었다. 자동차 사이에 끼어 달리는 것도 어색하고, 신호 대기할 때 어디에 서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도시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익숙해졌다기보다는 -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느리고, 버스보다 자유롭고, 지하철보다 노출되어 있다. 그 노출이 처음엔 불편했는데, 이젠 그게 자전거의 핵심이라는 것을 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끼고, 계절이 바뀌면 그 바뀜을 온몸으로 받는다.



봄, 도시가 다시 색을 찾는 시간

도시의 봄은 조용히 시작된다. 어느 날 문득 가로수에 연두빛이 올라오고, 아스팔트 틈새에 잡초가 돋아난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그 작은 변화들이 먼저 보인다. 창문 너머로 보는 봄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봄이다.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서울 도심 자전거 도로를 달리면 공기가 달라져 있다. 차가운 겨울 공기 대신 뭔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이 얼굴에 닿는다. 벚꽃이 피기 직전의 공기다. 그 공기를 맡으면 자전거를 더 빨리 달리고 싶어진다.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빠르게 달리고 싶어진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봄이 그렇게 만든다.



여름, 그늘을 찾아 달리는 법

여름 자전거는 힘들다. 더위와 직접 맞붙어야 한다. 그래도 아침 6시에 출발하면 아직 견딜 만하다. 가로수가 만든 그늘을 찾아서 달리는 것 - 그게 여름 라이딩의 기술이다. 그늘 안에 있을 때와 직사광선 아래 있을 때의 온도 차가 3~5도는 난다. 그 차이가 크다.


여름에는 도시가 더 생생하다. 골목 식당에서 올라오는 음식 냄새, 세탁소 앞을 지나칠 때 풍기는 뜨거운 수증기, 편의점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 - 이 모든 것이 자전거 위에서 더 강렬하게 들어온다.



가을과 겨울, 자전거가 버티는 계절

가을은 자전거 타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서울 도심 가로수가 노란빛과 붉은빛으로 물드는 10월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달이다. 낙엽이 쌓인 길 위로 바퀴가 지나가면 바삭바삭한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좋아서 일부러 낙엽 위로 돌아서 달릴 때도 있다.


겨울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너무 추우면 방한 장비를 더 갖추고, 눈이 내리면 잠깐 쉬었다가 다시 탄다. 겨울을 자전거로 버텨낸 사람은 다음 봄을 더 다르게 느낀다.


도시를 가장 잘 알게 되는 방법이 자전거 타기라는 것을 알고 나서, 여행을 갈 때도 자전거를 찾게 됐다. 여수 밤바다 야경 명소도 자전거로 돌았을 때 걸어서 볼 때와 완전히 다른 감각이었다.



자전거가 가르쳐준 것

3년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배운 것이 있다. 느리게 가도 결국 도착한다는 것. 그리고 느리게 가는 동안 빠르게 지나쳤을 때 못 본 것들을 본다는 것.


도시는 속도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자동차 안에서 보는 도시는 효율적이지만 표면적이다. 자전거 위에서 보는 도시는 느리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다. 그 안에 들어가서야 보이는 것들이 - 사실 도시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봄 라이딩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면, 제주도 3박 4일 여행 코스처럼 자전거로 섬을 일주하는 여행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리고 봄맞이 생활 정리를 함께 시작하고 싶다면 봄맞이 대청소 완벽 가이드가 참고가 된다.


페달을 밟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계절과 접촉하는 방식이고, 도시와 대화하는 방법이다. 오늘도 자전거는 현관 앞에 서 있다. 내일 아침, 봄 공기 안으로 다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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