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자출길은 지난 여름을 떠올릴 수 없다.
초겨울의 자출길은 지난 여름을 떠올릴 수 없다. 다채롭게 명멸하던 생명의 빛은 사라지고, 다만 하나의 색으로 변해 길을 따라 내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나뭇잎 사이로 망막을 어지럽히던 찬연한 빛갈래는 노란색, 빨간색, 갈색으로 잘게 조각난 채로 차갑게 식은 땅 위를 물들인다.
하루의 무게를 싣고 페달을 저어가면 뜨거워진 입김은 고글에 맺혀 애먹이곤 하는데, 불편함은 곧 반가움으로 바뀐다. 등판에 맺힌 뜨거운 땀방울도 잠깐이면 차갑게 식어 청량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두꺼운 옷을 꺼내 온몸을 두르기보다는 여러벌의 옷을 겹쳐 입는 것이 더 좋은 이유다.
다만 불편한 것은 건조하고 찬 바람에 볼은 빨간 홍시처럼 익어가다못해 점점 푸석해지고 입술은 살얼음처럼 갈라지기 일수다. 손가락은 점점 굳어져 전화를 받으려면 한참을 애먹기도 한다. 따뜻한 카모마일 한 잔이 참을수 없을만치 그리워지고, 마지막 연락이 언제였을지 모를 한 사람이 공연히 떠오르는 것도 겨울을 알리는 찬 숨 한조각 때문이리라.
초겨울의 자전거 타기란 그래서 더 보람되다. 굳이 새로운 장갑과 버프를 선물받고 싶어지는 하루라는 것도 누군가에게 알리고싶다.